우리말 못하는 교포 늘어…해외진출 기업들 채용 기피

  • 입력 1997년 3월 9일 19시 47분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늘고 있는 반면 우리말을 온전하게 구사하는 해외교포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이때문에 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이 현지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우리말이 서툴고 현지문화에도 완전히 동화되지 못한 교포인력보다 오히려 현지인을 선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교포문제 전문가 이모씨(56)는 『지난해 일본의 재일거류민단계 금융기관에 연사로 초빙돼 우리말로 강연을 하려고 「한국말을 모르는 사람 손들라」고 일본어로 말하자 대부분이 손을 들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씨는 결국 일본어로 강연을 마친 뒤 『직원들중 우리말을 제대로 구사하는 교포 2,3세가 별로 없으며 오히려 일본인직원 가운데 우리말을 잘하는 경우가 있다』는 회사간부의 설명을 듣고 아연실색했다는 것. 해외법인 사무직 채용인원이 모두 3백여명에 달하는 A그룹 종합상사의 경우도 해외에서 선발한 직원중 교포는 50여명에 불과하다. B그룹 무역상사의 경우도 북미지역에서 현지채용한 인력 96명중 교포가 55명, 일본에서는 67명중 22명으로 각각 57%와 32%만이 교포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해외교포에 대한 「어학교육」을 등한시하고 있어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정식 학교인가를 받은 해외 한국인학교는 70만명의 재일동포가 살고 있는 일본에 4곳이 있고 1백80만명의 교포가 살고 있는 미국은 한곳에 불과하다. 〈홍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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