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 「낙하산인사」…퇴임 고위관리 정부산하단체장 독식

  • 입력 1997년 3월 10일 20시 10분


[동경〓윤상참특파원] 우리나라에서도 민주계인사의 낙하산인사가 문제됐지만 일본에서도 고급관료들의 퇴임후 낙하산 인사(아마쿠다리·天下り)가 말썽이 되고 있다. 일본정부부처 산하 법인체 고위직으로 자리를 옮긴 전직고위관료들이 공공재정을 좀먹고 있다는 비난이 무성하다. 이같은 비난은 이들 주요단체의 총재나 이사장 임원들의 연봉이 대부분 3천만엔을 넘어서 공무원으로는 최고 수준인 정부부처의 사무차관보다 많은데다 퇴직금도 보통 4년 평균 2천8백만엔선 정도로 파격적인 대우를 받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더구나 이들 단체장이나 간부들은 거의 전직 고위공무원들로 「철새」처럼 이곳저곳 떠돌며 고액의 봉급을 타고 더러는 산하 관련업체로부터 지원금을 따로 얻어쓰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또 과거 고급관료 시절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 「비서」 「개인사무실」 「승용차」라는 「세가지 신기(神器)」를 갖추고 있다는 원성을 듣고 있다. 간사이(關西)국제공항 공사발주와 관련해 수뢰혐의로 지난 1월 검찰에 구속된 핫토리 쓰네하루(服部經治) 전 간사이국제공항회사 사장의 경우를 보자. 운수성 사무차관 출신인 그는 지난해 6월 국제공항회사를 떠난 뒤에도 운수성 산하인 공항환경정비협회 회장으로 취임했으며 회장전용 승용차가 없어지자 요코하마(橫濱)에서 도쿄(東京)까지 임대택시로 매일 출퇴근했다. 한달 십수만엔의 택시료는 그가 비상근회장으로 취임했던 다른 운수업체의 연구소에서 부담했으며 그는 취임후 한번밖에 들르지 않은 이 연구소에서 매월 50만엔의 보수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낙하산인사는 특히 금융관련 법인에서 극심한데 일본개발은행 수출입은행 상공조합중앙금고 해외경제협력기금 등의 총재 이사장은 모두 대장성이나 통산성 사무차관을 지낸 사람들이다. 또한 28조엔이라는 거액의 장기채무를 안고 있는 국철청산사업단의 경우 이사장은 운수성 항공국장과 도쿄지하철건설주식회사 사장을 거쳐 온 인물이며 연봉이 3천만엔을 넘고 2기 임기(6년)를 마친 경우 퇴직금이 4천만엔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요즘 고급관료들의 「인사 커넥션」과 특권의식을 막아내고 낙하산 인사 관련자들의 급료를 줄이는 게 특수법인을 개혁하는 지름길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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