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이인철기자] 지난해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웽가초등학교 부속유치원을 방문했을 때 제이크(6)라는 어린이가 고개를 푹 숙인채 교장실로 들어왔다.
제이크는 장난이 심한 편이다. 그러다보니 같은 반 친구들을 자주 귀찮게해 선생님으로부터 여러차례 주의를 받았었다. 이날도 제이크는 짝 캐서린(6)의 공책에 그림 낙서를 했다가 캐서린이 이르는 바람에 선생님도 알았다.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되는 이유를 선생님에게서 듣고 캐서린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선생님은 『반성문을 써서 내일 캐서린에게 주라』고 한뒤 교장실로 가보라고 했던 것. 이 학교는 교장도 학생지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하우스키교장은 평소에는 친구처럼 아이들을 대하지만 이날 만큼은 엄숙한 표정으로 제이크를 맞았다.
『제이크, 지난번에도 나하고 약속하지 않았니』
『죄송합니다. 친하기 때문에 대수롭지않게 생각했어요』
『남의 물건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허락을 얻어야 한다는 걸 명심해라. 너의 카드를 부모님에게 보여드리고 사인을 받아오너라』
이 학교는 교실벽마다 카드가 붙어있다. 어린이들이 유치원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초록 노랑 빨간색 등으로 분류, 등급을 표시한다. 그래서 카드만 보면 그 어린이의 생활이 어떤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잘못할 때마다 색깔이 바뀌고 잘하면 「사면」도 해준다. 제이크처럼 카드를 몰수해 부모님의 확인을 받아오라는 것이 아이들에게 가장 두렵다. 부모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백」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우스키교장은 『학교 생활을 학부모에게 알리는 것은 학교―가정―학생이 팀처럼 유기적으로 협조해야 교육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싸우거나 폐를 끼친 상대 어린이에게 반성문을 보여주면 또 한번 사과하는 마음이 생기고 읽는 어린이도 친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