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정상,20일 나토확대 담판…「중유럽國 가입」초점

  • 입력 1997년 3월 19일 21시 43분


<<20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국과 러시아정상회담에서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확대문제가 주요의제로 올라 있다. NATO의 동진(동진)에 반대하나 NATO확대가 대세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러시아로서는 신규가입국에 대한 핵무기배치 및 기지설치금지를 보장받고 싶어한다. NATO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러시아에 「NATO―러시아 협의회」에서의 역할을 확대해줄 수는 있지만 거부권까지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NATO의 현재 위상과 미국 및 러시아의 입장을 알아본다.>> [워싱턴·모스크바〓이재호·반병희 특파원] 빌 클린턴 미대통령과 보리스옐친 러시아대통령은 핀란드 헬싱키에서 20일부터 이틀간 미―러정상회담을 갖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대문제에 대한 담판을 짓는다. 이번 정상회담은 중부유럽국가들의 NATO 가입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며 냉전 종식후 가장 어려운 미―러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상회담개최와 관련, 러시아 보리스 옐친 대통령과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외무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교외 별장에서 회의를 갖고 난 뒤 성명을 통해 『문제는 있지만 러시아와 미국은 이견 해소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프리마코프 외무장관은 미국을 방문, 클린턴 대통령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윌리엄 코언국방장관을 만나 NATO 확대에 대한 러시아측의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러시아도 유럽문제에 대한 토론 석상에 참석할 수 있지만 의안에 대한 거부권까지 얻을 수는 없다는 미국의 입장을 이번 헬싱키 정상회담에서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 입장 [모스크바〓반병희 특파원] 러시아는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아직까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보리스 옐친대통령이 정상회담을 3일 앞둔지난 17일 『N ATO의 동진은 힘의 균형을 깨뜨리는 「심각한 실수」로 미―러시아간에 체결된 핵무기 감축협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정부가 NATO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국가안보상 러시아 국경까지 유럽 동맹군이 배치돼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 또 독립국가연합(CIS)내 국가들이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우크라이나까지 가입할 경우 흑해에 러시아함대와 미국함대가 함께 주둔하는 기묘한 상황까지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고 러시아 정부가 계속 반대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대세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유럽의 침략을 받아왔다. 때문에 NATO에 들어가 유럽의 안정에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다. 대신 안보를 제도적으로 보장받고 동유럽 국가들의 가입을 묵인하는 조건으로 경제원조를 받아내자는 국익차원의 전략도 갖고 있다. ▼美 입장 [워싱턴〓이재호 특파원] 워싱턴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지난해 9월에 펴낸 한 보고서(21세기의 미국의 외교정책)에 따르면 미국은 NATO를 통해 △러시아의 새로운 군사대국화를 방지하고 △독일을 서방의 안보체제 속에 계속 묶어두며 △과거 바르샤바 조약기구 회원국들의 독립을 보장해 주고 △보스니아 내전같은 국지전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NATO 확대는 따라서 미국의 입장에선 이같은 NATO의 역할을 더 심화시켜 나가기 위한 것이다. 범(汎)유럽을 끌어안는 새로운 NATO를 통해 유럽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자는 얘기다. 소련제국이 붕괴됐다고는 해도 유럽은 여전히 불안정하기 때문에 더 안정되고 튼튼한 집단안보체체를 만들겠다는 것. 미국의 이런 구상 뒤에는 유럽의 안정에 대한 뿌리깊은 우려와 불신이 깔려 있다. 독일과 러시아의 전통적인 적대관계, 그치지 않는 영토분쟁과 민족분규, 동맹 상대를 수시로 바꾸는 18,19세기 근대 유럽의 현란한 그러나 불안한 외교가 결국 1,2차 세계대전을 낳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나토의 과제 [박경아 기자] 서방의 가장 큰 군사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탈냉전 이후 근본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냉전시대의 적들이 사라짐으로써 존립이유를 다시 찾아야 하게 됐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NATO의 전략 변화는 중동유럽 및 구소련권 국가들까지 「범유럽」을 대상으로 군사 및 정치적 협력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체코 헝가리 폴란드가 오는 7월 마드리드에서 열리게 될 NATO 정상회담에서 가입신청을 할 것으로 보이며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도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NATO의 새 위상찾기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내부적으로 냉전시대에 유럽의 안보우산 역할을 했던 미국과 유럽중심으로 NATO를 개편하려는 유럽간의 주도권 쟁탈전으로 군지휘권 등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다. 또 외부적으로는 러시아의 NATO확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NATO는 과거 구소련의 위성국가들이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이탈하는 것에 대한 러시아의 불안감과 고립감을 해소시키는 방안을 찾고 있으나 새 NATO회원국에 대한 핵무기배치 금지 등 러시아의 요구를 만족시키는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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