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대만방문]「강택민 흔들기」성공할까

  • 입력 1997년 3월 24일 20시 08분


[박내정기자] 지난 22일 티베트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대만을 방문한 달라이 라마(62)의 행보가 심상찮다. 대만 불교협회란 민간단체의 초청이 무색하리 만큼 정치색이 농후한 집회에 연이어 참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이 라마는 23일 고웅시에서 5만명이 참석한 대규모 종교집회를 주관한 데 이어 오는 26일 대만독립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민진당의 許信良(허신량)당수, 陳水遍(진수편)대북시장과 만나기로 했다. 오랜 숙원이었던 李登輝(이등휘)대만총통과의 27일 회담도 이끌어냈다. 총통실 관계자들은 23일 달라이 라마와 이총통의 회담이 총통집무실이 아닌 영빈관에서 개최되며 회담주제도 「종교적이고 정신적인」 문제에 국한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총통이 개신교도인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회담의 「정치적인」 성격을 부인하긴 어렵다. 특히 북경정부와 마찬가지로 티베트에 대한 주권을 줄곧 주장해온 대만당국이 달라이 라마와의 「지도자급 회담」을 수락한 것 자체가 북경 정부에는 「반정부세력의 결집」으로 비치기에 충분하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달 19일 鄧小平(등소평)의 사망 직후 「티베트 독립의 열쇠를 쥐고 있는 등의 사망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등만이 결자해지(結者解之)차원에서 지난 50년 복속시킨 티베트에 자치권을 부여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는 것. 따라서 달라이 라마의 이번 대만방문은 江澤民(강택민)집단지도체제가 과도기에 접어든 요즘 티베트문제를 美中(미중)외교의 전면에 부상시키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또 중국이 25일 오후 앨 고어 미국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있어 티베트 인권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의 이번 행보가 궁극적으로 자신이 내건 티베트 「자치권 확보」에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다. 강체제의 각 지방정부 지도부 장악력이 예상보다 훨씬 강한 것으로 지난달 전인대(全人大)에서 입증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티베트 망명정부의 거점인 인도와 중국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외교관계를 부쩍 강화시키고 있는 것도 달라이 라마의 망명정부에는 위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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