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성의류업계 「옷치수 줄이기」 붐

  • 입력 1997년 3월 24일 20시 11분


[워싱턴〓이재호특파원] 부인의 허리 치수는 25인치. 미국식 기준으로 사이즈 4. 부인은 워싱턴의 한 쇼핑센터에서 사이즈 4 바지를 골랐다. 입어보니 너무 커 입을 수 없었다. 부인의 표정은 순간 밝아졌다. 「내 허리가 더 가늘어졌나…」. 허리가 가늘어진 것이 아니었다. 옷의 허리 치수가 실제와 달랐을 뿐이다. 사이즈는 4였지만 줄자로 재 본 실제 치수는 27인치였다. 요즘 미국의 의류업계는 「치수 줄이기」 경쟁이 한창이다. 바지의 허리둘레가 25인치면 「사이즈 4」가 맞는데 26인치, 27인치도 「사이즈 4」라고 표시해 놓는다. 여성의 날씬해지고 싶은 심리를 노린 판매전략이다. 「허리가 가늘어진 것 같다」는 행복감, 「40대 중반에도 사이즈 4를 입을 수 있다」는 안도감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23일 의류업계의 「치수 줄이기」 경쟁을 1면 화제 기사로 다뤘다. 1940년대 정부가 의류 치수에 대한 규제(통일된 기준 제공)를 해제한 이래 옷, 특히 여자옷에 표시된 사이즈는 조금씩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왔고 요즘에는 거의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것. 한 예로 1942년 허리 둘레 25인치 짜리 스커트의 사이즈는 12였는데 지금은 사이즈 2나 4, 또는 6으로 표시되고 있다. 「치수 줄이기」는 침체에 빠졌던 여성 의류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업자들은 말하고 있다. 주요 소비층인 30∼50대 주부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새 옷을 사 입도록 하는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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