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규민특파원] 어느 나라노동법이든 노조와 경영진 양쪽을 다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균형이 잘 잡혀있을수록 오히려 양쪽이 모두 불만을 갖게 마련이다.
미국에서도 노조 지도자들은 현재의 노동법이 노조결성을 위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경제적 위협을 통해 위축시킬 수 있다고 비난한다. 반면 경영진들은 노동법이 불합리한 제약을 통해 생산성을 감퇴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이처럼 노동법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는 가운데 노동운동 지도자들은 기업별 노조 결성시 비밀투표를 통해 노동자의 찬반의사를 묻는 법률을 경영자측이 고집하지 않는다면 노조를 결성해도 파업과 같은 강경행위를 자제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같은 제안은 지난 20년간 노동운동이 크게 위축된데서 비롯된 것이다. 노조결성에 찬성하는 서명을 한 노동자들이 법에 정한 비밀투표 과정에서 회사측의 압력에 따라 반대표를 던져 노조결성이 불가능했던 것이 사실이다. 부끄럽게도 많은 기업들이 서명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조결성에 반대하는 투표를 하도록 설득과 압력행사를 해 오고 있다. 그래서 항상 서명인원과 비밀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인원 사이에는 큰 격차가 생기게 마련이다.
현재 의회가 추진중인 노동법개혁 노력이 당분간 현실화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노조지도부가 선택한 새 전략은 상당히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경영자측이 노동법에 저촉되지 않는 방법으로 투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무기를 갖고 있는 이상 이 제안이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노조의 제안은 누구에게도 해를 주지 않는 것이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노조측에 불리한 노동법을 바로잡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