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반병희특파원] 러시아 대국주의는 부활하는가.
러시아와 벨로루시 양국 정상은 2일 크렘린에서 두 나라 통합에 대한 기본조약에 서명한다.
러시아연방내 민족주의자들과 보수파들은 뿔뿔이 흩어진 공화국들이 금방이라도 다시 뭉쳐지는 것 같은 흥분을 하고 있고 통합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따지는 시장경제파들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하튼 이곳 언론들은 조약의 내용이 두 국가뿐 아니라 독립국가연합(CIS)내 다른 공화국들의 가입을 염두에 두고 작성됐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일단 상호 주권은 인정하되 군사 경제 과학 기술분야 등에서 통합을 시도, 독립국가전체를 유럽연합(EU)보다는 견고한 하나의 권역내로 묶어내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약에 따르면 두 나라는 상호 주권과 독립을 위협하는 사안이 발생할 경우 공동조치를 취하게 되며 단일통화 공동예산 공동조세 제도를 시행하게 된다. 또한 에너지 운송 통신시스템도 공동 운영한다.
특히 유의할 대목이 CIS 회원국이면 누구나 언제든지 가입할 수 있다는 점과 신규회원국은 기존 결정 사항을 준수하도록 한 규정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벨로루시의 통합이 과연 다른 나라에까지 확산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주권과 외교권 등을 유지하면서 통합을 시도한다는 게 태생적으로 한계를 지니고 있는데다 권력분배마저 모호하게 규정돼 있어 양국의 통합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CIS회원국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친서방정책을 견지해온 레오니드 쿠츠마 우크라이나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양국의 통합협정은 CIS를 파괴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CIS내에서 분파주의를 형성, 지금까지 유지해온 협력관계를 해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크렘린내 소장 시장개혁파들도 경제적으로 득이 될 게 없다면서 벨로루시 및 다른 CIS회원국들과의 통합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