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재호 특파원] 지난달 31일 발표된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올해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주목할 대목은 한국의 자동차시장과 소비절약운동이다. 보고서가 불공정 무역관행(무역장벽)이 있다고 적시한 분야는 지난해와 비슷한 총 9개 분야지만 중점은 역시 이 두 항목에 주어지고 있다.
USTR는 자동차시장에 대해서는 올해 안에 「추가 개방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선언했다. 韓美(한미)양국은 지난 95년 자동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USTR는 이와는 별개의 새로운 양해각서를 체결하겠다는 것이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의 자동차시장이 95년에 이어 또다시 본격적인 개방압력에 직면하게 된다는 뜻이다. 한미 자동차협상이 재개되고 미국측이 수입자동차 관세 인하나 배기량에 따른 차등과세 폐지를 요구할 것이 거의 분명하다.
소비절약 운동은 올해 보고서에 새로 추가됐다.『허리띠를 다시 졸라매자는 순수 민간운동』이라는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 부분에 가장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자동차 모피 골프용구 화장품 농산물 위스키 의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정부가 소비절약을 이유로 사실상 수입억제 운동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소비절약운동을 세계무역기구(WTO)협정 위반으로 WTO에 제소할 수 있다는 시사를 해 왔으나 301조를 이용한 각개 격파식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리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역장벽 보고서는 USTR가 매년 3월말까지 무역 상대국들의 통상정책 법 불공정거래 관행들을 조사하여 발표하는 보고서. 이 보고서에 의해 불공정 관행이 있다고 지적받은 나라는 6개월 동안 USTR와 불공정무역 관행을 없애기 위한 협상을 벌여야 한다. 6개월에 걸친 협상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USTR는 일단 그 나라를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