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국제심포지엄]권오기 부총리 특별연설

  • 입력 1997년 4월 4일 08시 43분


▼權五琦(권오기·한국·부총리 겸 통일원장관)〓21세기를 앞둔 역사의 전환점에서 동북아시아에도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韓中日(한중일) 세나라는 지리적 인접성을 바탕으로 오랜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하면서 서로를 하나로 잇는 「동양문화」의 자산을 함께 꽃피워 왔다. 때로는 단절과 갈등의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각자의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서로 깊은 영향을 주고 받았다. 동북아는 서세동점(西勢東漸)이라는 거친 파도 위에서 혼란과 전쟁의 불행 그리고 식민의 비극을 겪어야 했다. 한반도는 여전히 마지막 냉전지대로 남아있지만 동북아에도 화해와 새로운 조류가 밀려오고 있다. 전후(戰後) 최고의 번영을 이뤄낸 희망의 지대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1세기는 바로 동양의 시대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동북아의 밝은 장래를 기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고한 평화가 확립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이 지역 국가간의 긴밀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와 번영을 추구해나가는 지역안보협력체의 구성이 긴요하다. 동북아에는 국가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경제발전 수준의 차이, 불행한 과거로 인한 민족감정 등 많은 장애가 가로놓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은 더욱 시급한 과제다. 동북아 평화의 관건은 바로 한반도의 안정 여부에 있다. 지난해 4월 韓美(한미) 정상이 공동으로 4자회담을 제의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4자회담의 취지는 한국과 북한이 정전협상의 주요 관련국인 미국 중국의 뒷받침 위에 평화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4자회담의 성공은 북한으로 하여금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지원, 군사적 신뢰를 확보하게 해 줄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불안정과 고립을 원치 않으며 일방적인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북한은 권력승계문제 식량난 등 여러가지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와 같이 우리는 북한의 어려움을 덜어주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문제는 돕는 방법이다. 우리는 북한이 외부로부터 고기를 얻는데 익숙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기를 잡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데 돕고자 한다. 물론 북한도 스스로 자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군사비와 체제선전비의 1,2%만 아껴도 북한의 식량난은 훨씬 덜어질 것이다. 한반도의 문제는 남북 당사자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장래와 연관된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주변국가들의 긴밀한 협력과 공동 보조를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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