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석학들이 본 한국경제]『경제기적은 끝나지 않았다』

  • 입력 1997년 4월 4일 19시 56분


『높은 저축률과 양질의 인적자원, 활발한 무역을 감안할 때 한국의 경제기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세계적 석학인 폴 새뮤얼슨 미국 MIT대교수가 연초에 진단한 한국경제의 모습이다. 올들어 경기불황에다 감원바람, 한보 삼미의 부도사태, 경상수지적자 확대로 국민들 사이에 「경제위기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외국의 경제학자들은 우리 경제에 대해 아직은 낙관 쪽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규제와 낙후된 금융산업,재벌중심 경제체제, 고임금 등 구조적 문제를 서둘러 해결하지 않으면 성장잠재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외국석학들의 한국경제에 관한 논평을 정리해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제프리 삭스교수(하버드대)는 한국 경제가 건실하고 역동적이어서 현상태를 쉽게 극복해낼 것으로 보고있다. 로버트 포겔교수(시카고대)도 노동생산성만 증가한다면 성장에 큰 지장은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돈 부시교수(MIT대)는 정부규제와 재벌의 관료화로 경제의 비효율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삭스교수도 경제난 타개책으로 작은 정부 균형재정 유연한 노동시장의 실현을 꼽았다. 무역적자확대에 대해선 『일시적 현상이며 멕시코사태의 재현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주류. 부시교수는 무역적자확대는 구조적이기보다 엔저로 경쟁력이 약화된 순환적 요인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삭스교수는 반도체 가격하락 쪽에 더 비중을 뒀다. 반면 이그레시아스 미주개발은행 총재는 무역적자가 국민총생산(GNP)의 5%를 넘어선다면 멕시코와 같은 금융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귀티앙 통화환율담당국장은 한국이 안정적인 외자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되 단기 투기성 자본의 유입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앤 크루거 미국경제학회장은 미국의 개방압력이 한국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자유화와 관련, 존 테일러교수(스탠퍼드대)는 한국은 국내 이자율이 높아 자본시장개방시 막대한 자본유입이 예상되므로 변동환율 및 공개시장조작정책을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들은 이밖에 △한국기업들은 세계 어디서나 수용가능한 글로벌 경영철학을 확립해야 하며 △고임금의 소수 근로자를 유지하기 보다는 낮은 임금으로 많은 근로자를 고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임규진·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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