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살다보니]눈만뜨면 새 세상

  • 입력 1997년 4월 5일 09시 20분


『한국서 살아보니 어떠냐』 한국에서 5년 살면서 아마 거의 매일 받은 질문일 것이다.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1달러씩을 받았더라면 지금쯤 나는 백만장자가 됐을 것」이라는 미국의 속담이 떠오를 정도다. 질문을 받으면서 그럴듯한 대답을 만들어 내려고 애썼지만 정확한 대답을 생각해 내기는 앞으로도 힘들 것 같다. 한국에서는 거의 매일 새로운 대답을 해야 할 만큼 새로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상황이 항상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빌딩, 새로운 태도, 새로운 생각들이 어느 누구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서울과 한국의 얼굴을 변화시키고 있다. 92년 처음 서울에 왔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국인을 보면 멈춰서서 쳐다보곤 했다. 길을 가다 만나는 한 무리의 어린 학생들은 나를 향해 『헬로』 『하우 아 유』를 외쳤고 나는 겁을 먹고 당황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외국인을 낯설어하며 두번 이상 쳐다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면 이러한 변화에 대해 열띤 얘기를 나눈다. 한국인들은 이러한 변화가 너무 급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아이들과 한국의 전통문화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 걱정하는 듯하다. 동양사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토론을 들을 때마다 1세기 전에 벌어졌던 비슷한 토론을 떠올리게 된다. 19세기말 한국은 바깥세계에 문호를 개방하느냐 아니면 「은둔의 왕국」으로 머물러 있느냐를 놓고 많은 논란을 벌였다. 당시에는 외부세계와의 무역을 위해 항구를 개방하느냐는 문제였지만 지금은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문제되고 있다. 당시에는 천주교 선교사들이 전통문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했지만 지금은 외국의 영화와 TV매체가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나는 한국이 계속적인 「한강의 기적」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게 될지 아니면 지난 몇년처럼 성장이 계속 주춤거릴지 궁금하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의 성장을 위해 보수적인 접근을 요구하고 또 다른 사람은 보다 진보적인 방법을 얘기한다. 1백년 전에도 비슷한 토론이 있었고 당시 결정은 보수적인 쪽이었다. 급격한 변화와 진보의 시기에 한국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스코트 피셔 <교육방송 「모닝스페셜」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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