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뉴욕 실무접촉에서 남북한과 미국대표들은 햄버거로 점심을 대신했다. 지난달 26일의 첫 접촉에서는 점심을 거른채 6시간이나 논의를 했지만 결론이 없었다. 북한은 4자회담 참석 이전에 식량지원을 해줄 것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이처럼 평행선을 긋던 분위기가 4일 접촉에서는 바뀌었다. 북한측의 긴급제의로 열린 3시간 동안의 접촉에서 북한은 4자회담 공동설명회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위해 3국의 차관보급이 만나는 준고위급회담을 제의했다. 식량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이 준고위급회담에서 마침내 4자회담 수락을 공식적으로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사실상 수락의사를 밝힌 것은 식량난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과 韓美(한미) 양국의 「북한 다루기」가 성공작이었음을 의미한다. 93년과 94년, 핵개발 문제를 놓고 이른바 「벼랑끝 전술」을 감행하면서 50억달러에 달하는 경수로 건설을 얻어내던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이 점은 이날 접촉에서 북한측의 韓成烈(한성렬)주유엔공사가 한국정부의 민간차원의 대북(對北)식량지원 확대 결정에 사의를 표하고 앞으로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대북식량지원 호소에 더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한 데서도 드러난다.
한미 양국의 북한다루기 공조전략도 성공적이었다. 워싱턴 주미대사관의 李彰浩(이창호)정무공사도 지적했지만 한국측이 일관된 입장과 전략을 가지고 북한을 대한 것이 주효했다.
북한이 4자회담에 나온다고 해서 4자회담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굳히는 완전한 틀로서 기능하리라고 낙관할 수 만은 없다. 더구나 북한이 4자회담 자체보다도 식량획득에 목적을 둘 경우 3자간의 준고위급회담 자체도 별소용이 없게 된다.
더욱이 회담 운영절차, 의제, 대표단의 자격, 회담 보증인으로서의 美中(미중)의 역할설정 등 양측이 넘어야 할 산이 즐비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이 4자회담에 참여해 그 대가로 식량을 얻고난 후 이런 저런 이유로 회담을 공전시키거나 유명무실한 존재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 4자회담은 진전되지 않은채 북한은 식량도 얻고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앞당기는 그런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4자회담이 어떻게든 굴러만 가면 미국은 그동안 미뤄왔던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서두를 것이기 때문이다.
4자회담이 열리더라도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구축을 위한 진정한 틀로서 기능하려면 앞으로 넘어야할 고비가 많을 것 같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