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4일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장치 고장은 우주선 사고로는 매우 심각한 것이었다.
보조장치 가동으로 우주인들이 해를 입지는 않았으나 미르의 수명이 다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위험한 순간이었다.
1백30t이나 되는 이 낡은 우주정거장은 이미 동력계통 등에서 많은 문제를 드러내 끊임없는 보수를 받아 왔다. 86년 발사당시 미르의 기대수명은 90년대 초까지였다.
러시아의 우주 프로그램 당사자들조차도 『외국 특히 미국의 재정지원이 없었다면 미르는 이미 오래전에 폐기됐을 것』이라면서 『체류 우주인이 없을 경우 미르는 이전 우주정거장이었던 살류트 7호처럼 우주를 떠도는 고철더미가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구소련 몰락 이후 미르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지원은 5분의 1로 줄었다. 이같은 재정난 때문에 지난해 1월에는 우주인 운반선인 소유스의 발사가 지연돼 귀환예정이던 우주인들이 한동안 미르에 갇히기도 했다.
그나마 미르의 생명을 연장시킨 것은 미국의 재정지원. 미국은 95년 3월부터 98년 5월까지 자국 우주인들을 미르에 체류시켜 미―러 양국이 합동으로 연구를 하게 하는 「국제우주정거장 1단계」프로그램 비용으로 3백35만달러를 지원했다.
비록 미르가 오늘날 재정난과 노후로 인해 찬밥신세가 되고 있지만 미르의 과거는 35년간의 짧은 인류 우주탐험사에 큰 획을 그었다.
86년 3월13일 구소련 우주인인 레오니트 키짐과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 등 2명이 소유스T15로 도착, 최초로 우주에서 사는 인간이 됐던 것도 미르 덕분이었다. 그뒤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공간에서 생화학 및 물질제조에 대한 수많은 새로운 연구가 이루어진 것도 미르가 없으면 불가능한 업적이었다.
그러나 막심 타라센코 등 러시아 우주프로그램 전문가들은 『낡고 노후한 미르가 언제 어떤 치명적인 장애를 일으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며 미르의 생명이 곧 꺼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윤성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