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지속돼온 영국의 철저한 보수주의가 앞으로도 계속 존속할 수 있을 것인지를 가름할 총선이 불과 몇주 앞으로 다가왔다.
5월1일로 예정된 이번 총선은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의 정권교체라는 것 외에 20세기말을 지배해온 영국식 보수주의의 향방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는 영국뿐 아니라 유럽대륙에까지 그 파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79년 마거릿 대처의 등장으로 시작된 보수당의 집권은 「영국병」 치유라는 대의명분하에 그 어느때 보다 더욱 철저한 보수화를 지향했다.
당시 영국은 더 타임스지가 50주동안 신문을 발행하지 못할 정도로 만성화한 파업, 최고 83%에 이르는 고소득세, 비정상적인 사회보장정책 등으로 국가파산의 위기에까지 몰렸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새로운 모습의 보수주의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같은 보수화는 노조탄압과 복지정책의 축소, 사기업 장려와 세금축소라는 보수당 정책으로 그대로 반영됐다. 또 대처에서 존 메이저로 비록 「기수」는 바뀌었을망정 보수당의 4기연속 집권이라는 신화를 낳으면서 사실상 오늘에까지 그대로 투영돼 왔다.
「대처리즘」으로 표현되는 영국식 보수주의가 이제 심판대에 올랐다.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노동당 53%, 보수당 33% 정도로 노동당의 지지도가 20%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어 보수당의 패배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이유는 우선 보수당의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에서 찾을 수 있다. 나라를 안정시키고 경제를 발전시킨 보수당의 업적은 인정하지만 뭔가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하다는 국민의 갈망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노동당 자신의 변모다. 과거의 노동당은 「노조에 의한, 노조를 위한, 노조의 당」이라는 인상을 주었으나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지금의 노동당은 노조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또 복지나 세금,기업등에관한 정책에 있어 보수당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여론조사 내용을 분석해 보면 보수화 성향을 띤 중산층 가운데 과거 보수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노동당으로 많이 돌아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점은 영국국민이 보수주의 자체를 포기했다기 보다는 변화에 대한 강한 갈망을 갖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결국 정권은 비록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바뀔지언정 국민들의 성향 자체는 보수화를 유지하면서 과거보다 훨씬 온건한 형태의 보수주의가 당분간 계속 영국을 지배할 것임을 예고해 주는 것이다.
〈런던〓이진령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