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95년 가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아랍 에미리트연합의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록히드 마틴사(社)의 F16 전투기 80대를 사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클린턴이 강조한 것이 최근 윌리엄 코언국방장관을 비롯, 미 국방부 관리들이 한국의 러시아제 무기 구입 반대 이유로 잇따라 제기한 「상호작전 가능성」이었다. 이미 대부분의 무기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했기 때문에 새로운 무기도 호환성이 있는 미제(美製)를 써야 작전에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제는 너무 비싸다. 아랍에미리트도 무기 도입선의 일부를 러시아로 바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문제삼은 SA12 지대공미사일을 비롯한 S300V 방공 미사일 시스템이 검토대상. 미국이 걸프전당시 이라크로부터 구해준 쿠웨이트조차 러시아 보병 전투장비를 구입했다. 이란을 비롯한 4개 중동국들은 러시아로부터 최근 킬로급 잠수함을 수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러시아제가 품질에 비해 값이 싸기 때문.
이런저런 이유로 미국은 아직도 전세계 무기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점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직접 판촉에 나설 만큼 냉전이후 무기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기 수출고는 지난 93년 걸프전을 계기로 위기감을 느낀 중동국들이 앞다퉈 주문하는 바람에 3백20억 달러가 넘는 반짝 경기를 누린 뒤 계속 하락, 지난해는 1백억 달러에 불과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