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자회담 공식수락과 본회담의 조기개최를 위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지난 4일 4자회담 공동설명회에 대한 회답을 하겠다며 「3자 준고위급협의」를 제의한 이후 더욱 그런 분위기다.
韓美(한미)양국은 최근 북한의 제의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표명과 아울러 그에 상응하는 우호적 조치들을 시사하고 있다. 우선 한미 양국은 세계식량계획(WFP)에 각각 6백만달러와 1천만달러의 지원을 약속한데 이어 추가지원에 나설 것임을 내비치고 있다. 정부내에서는 전체 지원규모의 15∼20%가량은 맡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고 있고 미국 국무부도 7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추가지원을 시사했다.
미국 카길사와 북한이 미국산 밀 2만t의 구상무역에 합의한 것도 상징적이다. 미국산 곡물이 상업적 거래차원에서 북한에 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다 지난 1월이후 난항을 거듭해 타결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협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50만t의 거래성사를 원했던 북한으로서는 불만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지만 카길사와 향후 단계적으로 추가계약을 하기로 합의,대규모 식량거래를 위한 교두보는 확보한 셈이다.
이같은 움직임들은 북한이 4자회담 참여를 위한 조건으로 내세웠던 식량지원요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키는 것들이다.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은 그동안 4자회담을 고리로 필사적인 식량외교를 펴왔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4자회담 참여를 조건으로 한 대규모 식량지원은 있을 수 없다」며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양국은 대신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 참여의사를 비침으로써 북한의 식량외교가 「절반의 성공」쯤은 거둘 수있도록배려한것이다.
결국 북한은 국제기구를 통한 20만t의 식량확보에 일단 만족하고 이어 4자회담에 빨리 응함으로써 대규모 식량지원을 얻어내려 할 공산이 크다. 준고위급협의가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또한 한미 양국이 의도한 것이기도 하다. 양국은 북한을 4자회담으로 끌어내기 위해 「작은 것은 먼저 풀고 큰 것은 나중에(4자회담 성사후) 풀겠다」는 전술을 써왔다. 양국의 계산법은 최소한 지금까지는 맞아떨어진 셈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준고위급협의에서 북한을 설득, 예비회담과 본회담의 일정을 확정짓겠다는 각오다. 정부가 예비회담 단계에서 대북식량지원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북한에 전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중인 것도 이번만큼은 확실하게 4자회담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