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수용에 따른 적정보상과 농가부채 상환연장등을 요구하며 지난 1월25일이후 74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방콕의 정부청사앞에서 시위를 벌여온 태국 영세농민들은 8일 그들의 요구사항이 이날 閣議에서 논의되지 않은데 격분, 정부청사를 포위하고 농성을 벌였다.
이날 시위는 지난달 16일 농민 2만여명이 왕궁 부근으로 일시 장소를 옮겨 정부규탄집회를 개최한 후 발생한 가장 강력한 것이다.
약 5천여명의 시위대는 이날 정부청사의 모든 출입문를 봉쇄하고 정부관리들의 출입을 막았다.
이때문에 각의를 주재했던 차왈릿 용차이윳 총리를 비롯한 副장관급 이상 각료40여명이 청사안에 두시간 정도 갇혀있었으며 일부 각료들은 청소부를 가장,양복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청사를 빠져나오기도 했다.
특히 사막 순다라벳 부총리는 병원에 가기 위해 각의 도중 일찍 나오다가 격한 야유와 함께 일부 시위대원이 던지는 빈 플라스틱 물병과 과일 세례를 받았다.
시위대원들은 이날 그들의 요구사항이 각의에서 논의조차 되지않았다는 마나 쿠사쿤 총리비서실차장(제1여당 新희망당소속 의원)의 발표에 격분하기 시작, 순식간에 청사를 포위하고 일부 각료들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화형식을 가졌다.
특히 2백여명의 시위대는 청사안 마당에까지 들어가 농성을 벌였다.
이날 정부청사 주위에 배치된 1천여명의 경찰은 농민들의 시위를 제지하지는 않았다.
시위현장에서 경찰병력을 지휘한 미차이 누쿤킷 경찰청차장(경찰大將)은 시위대와 충돌을 피하라는 총리지시에 따라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농민조직인 「가난한 자의 포럼」( Forum of the Poor)은이날 성명을 발표, 정부가 오는 29일까지로 최종시한을 정해 농민 애로사항타개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다짐을 해주기 바란다고 밝히고 그렇지 않을 경우 태국력에 의한 설날로 최대명절인 오는 13∼15일의 「송크란」휴가때도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계속 시위를 벌이겠다고 위협했다.
태국에서 가장 가난한 북동지방 영세농민과 슬럼가의 주민들로 구성된 「가난한자의 포럼」은 정부가 농민들의 거듭된 애로사항타개 요구에 성의를 보이지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농민들의 결집된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보다 강력한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미 재야 민주운동단체와 NGO(비정부기구)등 2백6개 단체와 대학교수 1백여명이 그들의 시위에 지지를 표명했거나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난한 자의 포럼」은 정부가 ▲토지수용때의 적정보상 ▲농가부채 상환 연장 ▲영세민들에 대한 농자금 저리융자 ▲농산물 가격 폭락방지 등 총 1백21건에 달하는 영세민 애로사항을 타개해줄 것을 요구해왔으나 정부는 지금까지 토지수용때의 적정보상등 본질적인 요구는 외면한 채 사안이 경미한 76건에 대해서만 해결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아직도 2만여명의 농민과 빈민들이 50여개의 텐트를 치고 숙식을 함께하며 연일시위를 벌이고 있는 방콕의 정부청사 앞은 대형 수용소를 방불케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