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만에선 李登輝(이등휘)총통과 王永慶(왕영경)대만플라스틱그룹회장간의 한판 승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대만 최대기업인 대만플라스틱그룹이 중국 복건성 장주에 30억달러규모의 발전소건설공사를 착공하자 대만정부가 이를 정식으로 문제삼아 제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金泳三(김영삼)정부와 현대그룹간의 심각했던 대립장면을 보는 것 같다. 대만플라스틱측은 정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본토투자를 가능한 한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대만플라스틱의 본토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단순히 한 기업의 돌출적인 행위가 아니라 본토투자를 둘러싼 대만정부와 경제계의 심각한 이견과 대립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대만의 본토투자는 지난해 연말까지 대만정부가 파악한 액수만 2백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이총통은 지나친 본토투자가 궁극적으로는 대만의 본토예속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판단, 지난해 가을부터 본토투자 억제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왕회장은 정부의 조치는 지나친 단견에 의한 것이며 정치논리에 의한 시각이라고 반박한다. 본토는 언어와 정서 그리고 같은 민족이라는 정체성 등을 감안할 때 투자대상으로 가장 적합하며 개발속도로 볼 때 투자이익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 그는 투자기회를 놓치면 결국 일본이나 한국 등 인접국에 「황금시장」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총통의 본토투자 억제정책뿐 아니라 대륙정책 자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왕회장은 대만이 대륙에 대항하는 정책은 결국 「계란으로 바위 깨기」라는 입장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가장 좋은 통일정책은 대만의 잉여자본을 본토에 투자, 돈도 벌고 본토의 발전도 도와 궁극적으로는 본토의 민주화를 이끌어내는 민주통일이라는 것.
이는 왕회장뿐만 아니라 대만 경제계의 공통적인 입장이기도 하다. 대만 경제계는 그동안 대만정부의 정책에 대해 큰 불만과 반발을 보여왔다. 이총통과 왕회장의 대결이 한편으로는 대만정부와 경제계의 대립과도 같은 양상을 띠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대만독립을 꿈꾸고 있는 이총통의 입장과 대륙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경제계의 입장이 너무 달라 접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정동우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