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4자회담의 당사국은 아니지만 한반도의 상황전개에 어느 국가보다도 관심이 높다. 이해관계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기본입장은 한미일 공조체제아래에서 진전상황을 봐 가며 대응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즉 한반도의 평화구축을 위한 새로운 틀이 마련되기 전에 일본이 먼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한미 양국이 제안했던 4자회담에 즉각적으로 지지 입장을 표명하긴 했으나 지난해 5월 들어서는 정치권에서 북한의 노동당대표 등을 초청하고 일조(日朝)우호연맹 부활 움직임이 나타나 한국과 한때 서먹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정부를 통하지 않는 북한과의 관계개선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됐다. 그러면서 지난 92년 11월 중단됐던 일―북한 국교정상화를 위한 예비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실무회의도 지난해 두차례 있었지만 진전이 없었다.
특히 지난해 가을에 발생한 북한의 잠수함침투사건과 식량난, 黃長燁(황장엽)북한 노동당비서의 망명을 포함한 잇따른 탈북사건 등으로 북한에 대한 일본의 접근이 조심스러워진데다 최근엔 일본인 처와 북한 공작원에 의한 여중생납치의혹사건까지 겹쳐 최악의 불신감이 팽배해 있다.
이와 관련, 일 외무성 가토 료조(加藤良三)아시아국장은 『북한 국민을 도와주려 하면 체제를 돕는 꼴이 되고 체제에 압력을 넣으려면 국민에게 주름살이 가는 것』이라며 어려운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같은 일본 정부의 신중한 태도에는 무엇보다 북한의 행동을 믿기 어렵고 체제에 대한 불가측성이 자리잡고 있으나 한편으론 한반도에서 「일본의 역할」을 확실히 해두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조기 수교협상 등 다각적인 루트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동경〓윤상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