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난 실태]남-북-WFP 「추정」모두 제각각

  • 입력 1997년 4월 21일 20시 12분


『2백40만명에 달하는 북한 어린이들이 아사(餓死)위기에 직면했다』 『북한주민들은 하루 1백g의 식량만 배급받고 있다』 『6백만명에서 8백만명이 굶어죽을 상황에 처해 있다』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세계식량계획(WFP)의 캐서린 버티니 사무국장과 토니 홀 미국 하원의원(민주)이 전한 북한의 참상이다. 이들의 눈에 비친 것처럼 북한의 식량위기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정부는 식량난의 심각성엔 동의하면서도 이들의 증언에는 큰 신뢰를 두지 않고 있다. [실태] ▼ 얼마나 모자라나 북한은 80년대 중반이후 연평균 2백10만t의 식량이 계속 부족했다. 집단농장 운영체제와 주체농법의 한계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95, 96년의 대홍수는 식량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북한당국은 지난 2월 올해 곡물수요량은 7백84만t이나 생산량은 2백50만t밖에 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과장된 것인 듯하다. 북한관리들이 국제사회에서 밝힌 식량부족량은 2백50만t내외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계산법은 또 다르다. 북한은 96년에 3백69만t을 생산했다. 이는 정상배급시 수요량인 6백77만t보다 3백만t 가량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 22% 감량 지급하고 있어 실제수요량은 5백70만t 가량이며 따라서 실제부족량은 2백만t정도다. ▼ 언제가 고비인가 WFP는 4, 5월이면 식량이 바닥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북한의 고위당국자들은 4월이면 식량이 고갈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지난달까지 소비하고 남은 57만t 가량의 재고식량이 있는데다 곧 있을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석달 가량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7,8월이 고비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 기아상태인가 북한당국은 지난해 10월 전후로 하루 식량배급량을 2백50g(성인기준)으로 줄였으나 그나마 배급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의 하루 배급량을 1백80g, WFP측은 1백g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유엔이 난민에게 지원하는 「생명유지에 필요한 최소식량」의 5분의 1에 불과한 양이다. 이 때문에 북한주민들 특히 어린이들은 기아(饑餓)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 배급체계의 문제 북한의 식량위기는 무엇보다 절대량 부족에서 온 것이지만 배급체계가 무너진 것도 큰 요인이 됐다는게 정부의 시각이다. 지역과 계층에 따라 식량이 불균등하게 배분되는데다 당 정 군(黨 政 軍)간부들이 식량을 빼돌려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얘기다. 따라서 북한당국이 자구노력만 제대로 한다면 식량위기를 어느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 군량미는 없나 金正日(김정일)은 지난해말 한 비밀연설에서 군량미도 바닥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군당국은 이와는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이 비축해놓은 군량미가 전쟁발발시 3,4개월간은 버틸 수 있는 1백20만t정도에 달하기 때문에 북한지도부가 절반만 풀어도 올 가을 추수때까지 식량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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