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만년. 강산이 10만번 바뀔 긴 세월동안 인류는 변함없이 같은 모양의 석기(石器)만을 사용했다. 인류의 선조들은 기술의 진보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신기술 때문에 정신이 없는 현대인에겐 좀 어리둥절한 충격이다.
미국의 과학잡지 디스커버리 5월호는 에티오피아의 고나 지방에서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된 타제석기가 새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주변 지층에 포함된 화산재를 분석한 결과 제작 연대가 2백50만년전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칼이나 송곳으로 쓰인 이 석기는 커다란 돌을 서로 부딪쳐 깨뜨려 만들었다.
디스커버리는 제작 시점보다 오히려 석기가 사용된 기간에 주목했다. 연대가 더 옛날로 올라가면서 같은 모양의 석기가 무려 1백만년동안 사용됐다고 소개했다. 이 석기는 동아프리카에서 널리 발견되는 다른 석기처럼 「올도완 석기」라고 명명됐다. 올도완은 지난 70년대 이 모양의 석기가 처음 발견된 탄자니아의 올두바이 지방의 지명에서 따왔다.
이 석기를 발굴한 고고학자 실레시 시모는 『고고학자들도 2백만년 전에 이미 이런 석기가 제작됐다면 반신반의할 것』이라고 놀라워했다.
석기의 제작 시점은 나왔지만 「제작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 오직 석기 하나만 발견됐을 뿐 제작자의 신원을 밝힐 만한 다른 유물이 전혀 안 나타난 것이다. 이 석기의 제작 시점이 전(前)인류인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와 현생 인류의 직접 조상 사이의 공백 기간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짐을 어렵게하는 한 원인이다.
〈홍석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