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인질구출]허찌른 땅굴침투…10분만에 『작전끝』

  • 입력 1997년 4월 23일 20시 18분


22일 오후 3시반(현지시간) 적막한 대사관저에서 갑자기 「꽝」하는 폭발음이 들리면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관저 1층 리셉션장의 바닥이 진압군이 파고든 땅굴과 연결되면서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이 순간 리셉션장에는 게릴라 10명이 5인조 실내축구를 즐기다 이 폭발로 대부분 사망했다. 땅굴을 통해 자동화기로 무장한 특수부대요원들이 눈을 한순간 멀게하는 섬광탄과 총을 일제히 쏘며 건물 안으로 돌입했다. 관저 바깥에서 기다리던 군인들도 동시에 안으로 돌격했다. 일부는 사다리를 통해 옥상으로 접근, 지붕을 폭발물로 뚫고 진입했다. 지상 공중 지하의 3방위에서 동시에 진행된 입체작전이었다. 진입작전 당시 인질들은 모두 건물 2층에 있었다. 1층에도 인질 몇명이 있었지만 작전개시 10여분전 군인출신 인질 한 사람이 외부로부터 미리 약속된 신호를 받고 다른 인질들을 유도, 슬그머니 2층으로 올라간 것. 게릴라들은 사태 장기화에 방심, 아무도 2층까지 올라와 인질을 지키지 않았다. 게릴라들이 건물 주위를 지뢰와 클레이모 부비트랩 등으로 겹겹이 둘러친 것도 방심하게 된 한 원인이었다. 진압군은 크게 2개조로 나뉘었다. 「인질구출조」는 건물 2층으로 진입, 계단을 장악해 1층의 게릴라들이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면서 인질을 내보냈다. 대부분의 인질들은 옥상을 포복으로 통과, 테라스를 통해 탈출했으나 일부는 들것에 실려 나왔다. 「전투조」는 총격전으로 게릴라 잔당을 진압했다. 건물 상공에서는 군 헬리콥터가 출동해 요원들을 옥상에 내려주었다. 3시40분 진압군은 일제히 환호성을 울리며 악수를 나눴다. 이처럼 반군의 허를 찌른 인질구출작전은 불과 10분만에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정교한 작전계획 덕분에 게릴라 14명은 모두 사살했지만 진압군의 인명손실은 2명에 그쳤다. 인질 가운데 대피도중 심장발작으로 숨진 페루 대법원 판사 1명을 제외한 71명이 무사히 구출됐다. 〈동경〓권순활 특파원〉 ▼ MRTA 어떤 조직 ▼ 인질극을 벌였던 투팍아마루혁명운동(MRTA)은 쿠바혁명의 주역 체 게바라를 신봉하는 좌익운동가 폴라이 캄포스가 지난 84년 창설한 좌파 혁명세력. 모택동주의를 표방하는 최대의 무장세력인 「센데로 루미노소(빛나는 길)」와 함께 페루 좌파 혁명조직의 양대 세력을 이뤄왔다. MRTA는 공산주의 국가 건설을 목표로 80년대 중후반에 걸쳐 은행강도 납치 살인 등 수많은 테러를 자행해 왔다. 지난 10여년간 약 1백20차례에 걸쳐 정부군과 전투를 벌였으며 5백여건의 테러로 1천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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