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인질사태 해결…후지모리 3選 파란불

  • 입력 1997년 4월 23일 20시 18분


일본대사관저 인질사태의 성공적 해결에 따라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은 일단 정치적으로는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다. 보란 듯이 지난 4개월여동안 자신의 국정장악능력을 시험해 왔던 인질극을 해결한데다 취임 후 줄기차게 주창하던 반테러 노선도 그대로 유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직접 쿠바와 도미니카공화국을 순방하며 인질범들의 망명처까지 물색하는 등 평화적 해결방법도 모색했으나 인질범들이 투옥중인 동료 4백여명의 석방을 끈질기게 요구하자 이날 무력진압이라는 승부수를 택했다. 작전의 성공으로 후지모리는 일본으로부터 더 많은 원조를 받아 경제를 회생시키고 향후 3선에 도전하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단 한명의 인질이라도 희생되는 해결방식에는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던 약속을 저버리고 무력진압을 명령했기 때문에 또다른 테러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특히 과거 다른 테러단체들의 인질사건과는 달리 인질들을 단 한 명도 죽이지 않는등 평화적 해결책을 견지해 온 투팍아마루혁명운동(MRTA)게릴라들을 속인데 대한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테러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향후 비슷한 인질사태가 발생할 경우 극한대결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당장 MRTA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빈부격차와 억압적인 정치체제 및 인권탄압이 난무하는 페루사회에서 적대세력간의 대립이 정치적으로 해결될 기회는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후지모리 대통령은 단기적으로는 정권을 공고히 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개혁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더 큰 사회적 혼란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인 3세인 후지모리는 지난 90년 경제부흥을 내걸고 혜성처럼 정계에 등장,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92년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한 데이어 지난해에는 헌법을 재해석, 3선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터놨다. 〈윤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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