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27일 북한발 르포기사를 통해 『북한인들이 식량난을 견디지못해 정부소유 트럭까지 중국에 내다팔고 심지어 딸을 외국인에게 파는 어머니가 생길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요약.>>
말라 죽은 옥수수밭에서 아낙네들 10여명이 다 썩은 옥수수 알갱이들을 쓸어 담고 있는 모습은 북한의 절망적인 기근상태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뼈와 가죽밖에 남지 않은 어린이들, 식량을 구하기 위해 딸을 파는 부모들, 기근이 확산되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처참한 광경들이 북한내에 하나 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농촌지역은 이제 풀뿌리로 연명하는데 익숙한 모습들이다.
상황의 긴박성은 국경을 넘나드는 중국상인들의 말이나 북한국경 바로 안쪽에 있는 이도의 형편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하루전날 12센트(약1백원)에 해당하는 담배 한갑을 전해 받은 북한의 국경수비대원은 우리 일행이 다가가도 땅바닥에 앉은채 통과하라고 손짓만 했다. 동행한 중국상인은 모래위의 자동차 바퀴자국을 가리키며 북한이 정부소유 자동차까지 중국에 내다 팔고 있다고 알려준다.
북한의 내부로 여행을 했던 중국상인들이 전해주는 가난의 정도는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딸을 외국인에게 팔려고 문간에 함께 서 있는 여인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고 단동의 한 트럭운전사는 귀띔했다. 그는 길거리에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피골이 상접해 있었으며 어린 아이들은 음식부스러기를 차지하려고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고 말한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감자 몇 알을 빼앗으려고 군인이 농민을 사살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도 근처의 중국가게 상인들은 요즘 친구나 친척을 찾아 중국으로 넘어 오는 북한인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증언한다. 바로 지난주에는 새벽녘에 태어난지 수개월밖에 안된 바짝 마른 어린이를 끈으로 묶어 등에 업고 수영으로 중국에 도착한 여자도 있었다. 밥 한끼를 얻어 먹은 이 여인은 국경수비대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내륙으로 달아났다는 것이다.
요즘 중국 국경수비대는 보고서작성이나 송환 등 업무적으로 책임이 뒤따르는 일이 귀찮아 넘어오는 북한인들을 적발하지 않고 못본 체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국경지역 주민들의 북한난민들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가지로 나눠진다. 하나는 난민들에게 동정적인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북한을 지지하고 남한과 거리를 두고 있는 중국정부를 원망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왜 우리가 북한과 같은 나라와 이웃이 되어서 이런 불행을 겪어야 하느냐며 한국과 붙어 있었다면 훨씬 잘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푸념한다.
〈뉴욕〓이규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