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현직대통령,쓰레기줍기 낙서지우기등 사회봉사대회 참여

  • 입력 1997년 4월 28일 20시 24분


지난 27일에 찾은 미국 필라델피아의 북부 저먼타운은 곳곳에 건물이 허물어져 있었고 벽은 총탄에 의해 군데군데 구멍이 뚫어지고 낙서투성이여서 섬뜩한 느낌이었다. 대낮에도 다니기가 겁날 만큼 마약거래가 성행하고 10대 미혼모들로 넘쳐나는 음산한 이 지역이 어쩌면 미 역사상 유례없이 성공적인 사회봉사 운동의 발상지로 기록될지 모른다. 지난 95년7월 정치지도자들에게 사회봉사의 의미를 되새겨 달라는 뜻을 남기고 사망한 미시간주 주지사 조지 롬니의 꿈이 이곳에서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다리 부상으로 목발을 짚고 있으면서도 페인트 롤러로 저먼타운 수영장 벽의 낙서를 지웠고 조지 부시, 지미 카터 전 대통령들도 낙서 지우기와 쓰레기 줍기로 하루를 보냈다. 이들은 28일 오전에는 제럴드 포드 전대통령까지 합세한 가운데 2백21년전 독립선언문이 낭독됐던 역사적인 독립기념관에서 「미국의 미래를 위한 정상회담」을 열고 『봉사정신은 곧 미국의 정신』이라고 선언했다. 이 자리에는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 전대통령을 대신해 낸시 여사가 참석, 살아있는 미국 전현직 대통령 5명이 모두 사회봉사 운동에 헌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 됐다. 클린턴 대통령은 자원봉사를 촉구하면서 『이제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것은 시민으로서 한 의무』라고 정의했다. 부시 전대통령도 『미국의 문제는 이제 시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여기에는 공화당도 민주당도, 부자도 빈자도, 흑인도 백인도 아닌 그냥 미국인이 있을 뿐』이라고 역설했다. 또 2000년 차기 대권의 잠재적 경쟁자인 앨 고어 부통령과 이번 행사의 사무총장인 콜린 파월 전합참의장도 서로를 치켜세우는 등 이번 행사는 한마디로 초당파적 단합의 한 마당이었다. 이날 정상회담의 주된 관심은 1천5백만명에 달하는 가난한 어린이, 특히 가정이 없는 2백여만명의 어린이에 모아졌다. 이들에게 △돌봐줄 어른을 구해주고 △방과후 안전하게 놀 장소와 △건강식 △직업기술을 제공하며 △스스로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도록 기회를 줄 것 등 다섯가지가 핵심과제로 선정됐다. 〈필라델피아〓홍은택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