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신국제질서의 밑그림이 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東進)이 마침내 결실을 이뤘다. 14일 이뤄진 NATO와 러시아간의 「NATO 확대」 합의는 베를린장벽 붕괴이후 유럽권에 최대의 정치 군사적 변화를 초래할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우선 NATO 회원국 입장에서 볼때 중부 유럽권으로의 NATO 확대는 여전히 군사강국인 러시아로부터 유럽과 대서양권의 안보를 안정적으로 보장받는 것일뿐 아니라 냉전구도를 대체할 확실한 안전보장장치가 창출되었다는 의미도 된다. 즉 지난 91년 바르샤바조약기구(WTO)가 해체된뒤 「힘의 공백」 상태가 된 중부 유럽권을 세력권내에 흡수, 안전지대가 그만큼 확대된 것이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를 대서양공동체에 묶어둠으로써 여유 안보력을 잠재적 위협이 큰 중국이 있는 아시아 태평양권으로 집중할 수 있는 덤을 얻게 된다.
물론 과거 서구로부터 끊임없이 침입을 받았던 러시아로서는 자국 국경선 부근까지 NATO의 동진을 허용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NATO의 확대를 용인하는 대신 서방국들로부터 국제기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얻게 될 경제지원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또 현실적으로 NATO 가입을 희망하는 과거 위성국가들의 주권을 계속 무시할 수도 없었다. 특히 러시아지도층은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서방권에 편입하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동유럽의 과거 동맹국들을 더이상 만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합의된 NATO―러시아간 협정의 핵심은 NATO 가입 희망국중 폴란드 헝가리 체코 3개국을 우선 회원국으로 가입시키고 대신 NATO가 러시아의 안보까지 보장한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측은 이에앞서 이미 「NATO―러시아위원회」를 설치, 미사일방어, 핵(核)비확산, 무기조달 등 모든 군사문제를 공동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하는 등 안보협력의 토대를 마련한바 있다. 전문가들은 또 양측간에 마지막까지 논란이 됐던 신규가입국내 핵무기 배치금지 문제에 급진전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신규가입국에는 핵무기와 외국군 기지를 배치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으며 NATO측은 이를 수용하되 명문화는 할 수 없다고 맞서왔다.
아무튼 이번 협정타결에 따라 냉전시대의 주적(主敵)이었던 미국 및 서유럽과 러시아의 관계가 안보 파트너로 탈바꿈하게 됐다.
〈정성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