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서 드물지만 중반으로 발전하기도 전에 승패가 판가름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도 일본에서 모처럼 단명국(短命局)이 나왔다.
趙治勳(조치훈)9단이 제52기 일본 본인방(本因坊)전 도전7번기 제1국에서 도전자 가토 마사오(加藤正夫)9단을 맞아 불과 82수만에 불계승을 거둔 것이다. 이번 대국은 지난 12,13일 이틀간 일본 히로시마에서 벌어졌다. 본인방은 조9단이 지난 8년간 방어해온 텃밭. 그는 이를 바탕으로 기성(棋聖)과 명인(名人)을 따내 대삼관(大三冠)의 위업을 달성했었다.
이번처럼 중반전이 벌어지기 전에 끝나는 단명국은 그리 흔치 않다. 특히 타이틀이 걸린 도전기의 경우에는 초반에 돌을 던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금까지 도전국의 최단명국은 69수. 조치훈9단은 지난 95년 기성전 도전기 2국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9단과의 대국에서 69수만에 돌을 던졌었다.
국내 도전기의 경우 80수만에 끝난 것이 최단 기록. 지금껏 두번 있었다.
지난 69년 최고위전 도전5국에서 姜哲民(강철민·당시 4단)7단과 金寅(김인·당시 7단)9단의 대국이 불과 80수만에 끝났다.
또 지난 88년 曺薰鉉(조훈현)9단이 같은 기전 도전1국에서 李昌鎬(이창호·당시 3단)9단을 맞아 역시 80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일반 대국의 기록은 도전기보다 훨씬 숨이 짧다. 국내에선 지난 95년 제18기 국기전 본선에서 金承俊(김승준·당시 4단)5단이 姜勳(강훈·당시 8단)9단을 맞아 불과 2수만에 불계승을 거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이 대국은 강9단이 대국시간에 늦게 도착하자 돌을 던진 것이었다.〈홍석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