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전쟁 주역 英기업 對中로비…中부총리 면담 성공

  • 입력 1997년 5월 19일 20시 47분


최근 홍콩과 중국의 신문들에는 영국의 최대기업중 하나인 자르딘 마데슨사의 헨리 케스윅 회장이 북경(北京)에서 朱鎔基(주용기)경제담당부총리와 악수를 나누는 사진이 일제히 실렸다. 자르딘사는 바로 아편전쟁과 19세기 청의 몰락원인을 제공했던 기업. 당시 중국에 대한 아편 밀매로 부를 축적했던 이 회사는 중국과 영국간의 남경조약 체결 이후에는 상해에 아시아 본부를 두고 현지인 25만명을 종업원으로 거느리는 등 사실상 상해를 봉토처럼 다스렸다. 이 회사는 그후 홍콩으로 건너와 영국 식민지 정부의 일방적인 특혜와 지원아래 조선 금융 방적 호텔업 부동산 분야에서 대제국을 건설했다. 이 회사의 홍콩내 자산은 현재 1백16억달러에 달한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이 회사는 자본주의 침략의 첨병으로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기업인 셈이다. 이 회사와 중국의 악연은 근래까지도 계속됐다. 지난 80년대 초반 중국과 영국사이에 주권반환 협상이 진행되자 이 회사는 서둘러 본사를 버뮤다로 옮겨 중국의 분노를 샀다. 또 92년에는 현 크리스 패튼 총독이 중국과의 사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던 홍콩의 민주개혁 조치에 지지를 표명, 중국을 크게 자극했었다. 중국당국은 이때부터 공개적으로 자르딘사 목조르기에 나섰다. 중국과 관련된 일체의 사업에서 이 회사 계열기업을 제외시켰고 화교들에게도 자르딘사가 주관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결국 자르딘사는 태도를 바꾸었다. 지난 95년 홍콩지역 총책임자인 모리슨이 『우리가 중국을 오해했으며 이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머리를 조아렸고 그후 수년동안의 로비끝에 드디어 케스윅 회장의 주부총리 공식 면담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홍콩〓정동우 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