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러 『敵對청산』서명…옐친등 16國정상 파리회동

  • 입력 1997년 5월 27일 20시 02분


동반다짐 악수
동반다짐 악수
냉전시대의 산물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러시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동반시대를 열 NATO―러시아간 「상호관계 협력 및 안보에 관한 기본협정」이 27일 파리에서 조인됐다.

이날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서 서명된 협정의 역사적 중요성은 서명자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드러난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한 16개 NATO 회원국 정상들과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대통령, 그리고 하비에르 솔라나 NATO 사무총장이 서명의 주역이다.

기본협정의 핵심은 NATO의 동유럽 확대를 러시아가 용인하는 대신 러시아―NATO 합동위원회를 창설, 안보문제에 대해 양측이 긴밀히 협력한다는 내용. 또 새로 NATO에 가입하게 될 동구권국가에 『핵무기를 배치할 의도도, 계획도, 이유도 없다』는 분명한 약속과 재래식 전력을 증강하지 않는다는 다짐도 들어있다.

이날 조인된 기본협정은 구소련의 안보 파트너였던 동구권 국가들이 NATO에 새로 가입, 냉전시대 주적(主敵)들이 안보 파트너로 변모한다는 「평화의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말한 대로 유럽은 21세기를 맞으며 「앞으로 보다 안전하고, 보다 번영되며, 보다 품격있는 사회」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NATO의 1차 가입국으로는 공산주의 붕괴 이후 모범적인 민주화 및 시장경제를 이행하고 있는 폴란드 체코 헝가리 3개국이 유력시되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후원을 받고 있는 슬로베니아와 루마니아도 오는 7월 마드리드 정상회담때 가입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러시아는 NATO의 동진(東進)을 막기 위해 버텨왔으나 동구권 일부 국가의 이탈을 용인하는 대신 NATO의 내부 결정에 관여하는 보상조치를 받아내 안보위협에 대한 불안감을 덜었다.

이 협정으로 NATO와 러시아간의 모든 갈등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이 NATO 가입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옐친대통령은 러시아의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독립국가연합(CIS) 소속국들이 NATO에 가입할 경우 기본협정은 무효가 될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하고 있어 2차 확대는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정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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