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경제제재 7년]올4월 어린이3,800명 사망

  • 입력 1997년 6월 10일 20시 22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최근 이라크에 식량 의약품 구입을 위한 원유 수출을 6개월 연장해 준 것을 계기로 7년간의 경제제재로 인한 이라크 국민들의 비참한 생활상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유엔은 90년 쿠웨이트를 침공한 벌로 이라크에 경제제재를 해왔으나 인도적 차원에서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6개월간 20억달러어치의 원유를 수출, 식량과 의약품을 구입하도록 허용했고 최근 이를 연장했다.

이라크가 시리아와 레바논 등과의 관계개선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부족한 식량과 의약품 수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식량의 3분의 2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이라크에 경제제재는 치명적이다. 현재 이라크 국민들은 배급 식량으로 연명하고 있는데 1차 석유수출 대금으로 계약한 2백여만t의 식량중 70여만t이 도착한 지금도 1인당 월 밀가루 배급량은 9㎏, 쌀은 1.25㎏에 불과한 실정이다. 콩 소금 설탕 차 식용유 이유식 비누 세제 등도 배급되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하다.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세계식량계획(WFP) 이라크보건부가 함께 지난 4월 조사한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조사결과 식량과 의약품 부족에 따른 영양실조와 이로 인한 사소한 질병으로 연간 3만여명의 어린이들이 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한달동안에만 설사병으로 숨진 어린이는 1천1백61명으로 경제 제재전인 89년 같은 달 1백22명과 비교할 때 10배 가까이 늘었다. 또 폐렴으로 숨진 어린이는 1천2백75명, 영양실조로 숨진 어린이는 1천3백74명이나 됐다. 또 5세이하 어린이의 27.5%가 영양실조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들은 생명을 부지하더라도 영양결핍은 장기적으로 신체와 정신 발달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유엔은 이라크가 보유하고 있는 화학 생물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파괴할 때까지 경제제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민보다 정권을 우선시하는 후세인이 이를 거부하고 있어 이라크 국민들만 고통을 받고 있다.

〈고진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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