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여름 침몰…뻔한 장면등 『그 밥에 그 나물』

  • 입력 1997년 7월 4일 08시 04분


「꿈의 공장」으로 불리는 할리우드가 올 여름에는 「속빈 강정」같은 오락영화만 내놓았다는 불만을 사고 있다. 물론 여름철에는 너나없이 더위를 쫓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영화를 본다. 그래서 작품성을 요구하는게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디펜던스 데이」 「더 록」 등 지난해 이맘때 선보인 영화들과 비교할 때 올해의 작품들은 방대해진 규모에 걸맞은 재미조차 못갖추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 심지어 미국의 언론조차 올 여름 대작들이 형편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타임지 최근호가 할리우드를 「똑같은 소시지조각들」을 양산하는 「거대한 소시지공장」이라고 질타한 것. 도마위에 오른 영화는 미국에서 최근 개봉된 대작 여섯편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개봉된 「쥬라기공원2」와 「콘에어」를 필두로 12일 개봉될 「스피드2」 「멘 인 블랙」, 그리고 8월초에 선보일 「배트맨과 로빈」 「페이스 오프」 등. 이 영화들이 수준이하인 것은 첫째 상상력의 한계 때문이다. 마치 영화광 몇몇이 잠깐 모여 마구잡이 토론을 벌인 뒤 찍어낸 소시지처럼 한결같이 치열한 고민이 안보인다는 것. 『지난 주에 보트를 타러 갔었거든. 「살벌한」 보트 추격전을 한번 찍어보면 어떨까』(스피드2, 페이스 오프) 『요즘은 모든 영화가 만화책 같은게 유행이야. 좀 더 만화답게 만들어보자구』(배트맨과 로빈, 멘 인 블랙) 등등…. 또 느슨한 스토리 라인과 엉성한 구성으로 관객을 빨아들이는 힘도 떨어진다. 『공룡에게 바싹 다가가 사진을 찍어 신경을 곤두세우지를 않나, 다리를 다친 공룡의 새끼를 차에 데려와 치료하다가 어미공룡에게 공격을 당하질 않나…. 공룡이 우글거리는 숲속에서 말이야』(쥬라기공원2) 그나마 「멘 인 블랙」은 코미디와 SF의 장르결합을 시도한 점이, 「페이스 오프」(주연 니콜라스 케이지, 존 트라볼타)는 존우(오우삼)감독이 「첩혈쌍웅의 미국화」에 성공했다는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이같은 미국언론의 비판이 가슴을 치는 것은 한국 극장가가 「작은 할리우드」라고 할 만큼 지나치게 할리우드에 기대기 때문이다. 일본이 「쥬라기공원2」를 우리보다 한달 늦게, 프랑스는 석달이나 늦게 개봉하는 것에 비해 한국은 할리우드 영화들과 가장 가깝게, 심지어 거의 동시에 개봉한다. 또 매년초 1월부터 3월까지 아카데미상 후보작을 경쟁적으로 돌리는 것도 미국을 제외하고는 한국만의 유일한 극장가 풍경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영화평론가 정성일씨는 『한국 극장가가 할리우드에 정서적으로 동화되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분석하면서 『영화산업적 측면에서 우리 영화시장은 할리우드 영화의 해외진출을 위한 시범 연구시장으로 전락하는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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