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 통화위기가 확산되면서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 잇따라 자국 통화 평가절하나 투매(投賣) 방지책을 마련하는 등 비상대응에 나섰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2일 태국의 관리변동환율제 실시로 인한 「바트화 위기」가 연쇄적으로 주변국 화폐가치의 동반하락을 불러일으킨데 따른 것으로 고속성장을 계속해온 동남아 경제를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전문가들은 지난 95년초 발생한 멕시코 금융위기가 인접 중남미국가들에 미친 악영향을 지칭하는 이른바 「테킬라 효과」가 동남아에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하고 있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페소화 하락이 계속되자 11일 달러화에 대한 페소화의 변동폭을 확대하겠다고 발표, 사실상 페소화 평가절하를 실시했다.
필리핀은 태국 바트화의 변동환율제 실시이후 페소화 투매붐이 일자 정부차원의 시장개입과 단기금리 인상을 통해 페소화 방어에 나섰으나 힘이 달려 할 수 없이 평가절하로 방향을 선회한 것. 변동폭 확대 발표이후 페소시세는 달러당 26.40페소에서 29.45페소로 11% 이상 급락, 필리핀중앙은행은 거래를 긴급중단시켰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이날 자국 루피아화의 투매를 방지하기 위해 환율 변동폭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태국은 부동산 경기의 거품해소 및 수출격감으로 바트화의 투매 현상이 발생하자 자국화폐 환율을 10% 가량 높게 유지하던 정책을 포기, 사실상 평가절하를 단행했었다.
〈허승호기자·동경〓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