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과의 접촉을 그린 공상 우주과학영화 「콘택트」(Contact)로 온 미국이 시끄럽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영화에 출연한 것처럼 조작된 화면들이 있는 데다가 현직 기자들이 돈받고 대거 출연해 언론인의 윤리논쟁에 불을 댕겼기 때문이다.
「콘택트」는 우주과학자 고(故) 칼 세이건의 1985년 소설 「콘택트」를 영화한 것으로 「베가」라는 별 주위의 한 행성으로부터 어느날 지구에 신호가 온다는 것이 그 줄거리. 「포레스트 검프」를 감독했던 로버트 저메키스의 작품으로 지난주말 개봉됐다.
영화만 보면 사실과 허구를 분간하기 어렵다. 영화속에서도 클린턴은 미국대통령으로 나온다. 그는 외계인에 관한 보고를 받고 기자회견을 갖기도 하며 관계자들과 대책을 숙의하기도 한다. 감독과 제작진들이 평소 클린턴의 기자회견 모습을 따다가 영화 속의 장면들과 합성했을 뿐이다.
여기에 현직 기자들이 가세한다. 13명의 CNN 기자들이 영화에 출연해 백악관 기자회견 모습을 재연한 것. 현직 대통령에 현직 기자들, 영화는 순식간에 마치 저녁 9시 뉴스를 보는 것과 같은 실제모습을 연상케 한다.
백악관이 즉각 항의하고 나섰다. 찰스 러프 보좌관은 14일 저메키스감독에게 보낸 항의서한에서 『현직 대통령의 모습을 상업적으로 부당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CNN도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기자들은 언제나 사실 속에 있어야 하는데 허구 속에 스스로 뛰어듦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사실과 허구를 헷갈리게 했다는 것.
CNN기자들은 한 사람이 하루에 5백95달러를 받기로 하고 이 영화에 출연했다.
이 영화를 만든 워너 브라더스사가 CNN을 소유하고 있는 타임워너사의 자회사라는 점을 들어 『CNN기자들이 워너 브라더스사의 영화 판촉요원으로 동원됐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