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북한이 17일 일본인 처 일시 귀향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식 선언하고 나선 것은 심각한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과의 관계개선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일 정부 여당은 올해들어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일본인 처의 고향방문 △북한 공작원에 의한 일본인 납치의혹사건 △북한 화물선에 의한 마약밀수 등의 문제가 규명되지 않는 한 기본적으로 응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여왔다.
일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지난 95년 50만t의 식량을 지원하고도 북한으로부터 얻어낸 게 거의 없어 식량지원을 주도했던 자민당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이는등 북한측에 저자세로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일 정부는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유엔이 요청한 「대북 인도적 지원」에조차 응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일 정부는 식량지원을 위한 세가지 전제조건중 납치의혹사건과 마약밀수 문제는 현실적으로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인식, 내심 일본인 처의 대규모 귀향 실현을 바라면서 북한과 접촉을 계속해왔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중순 북한측은 조총련을 통해 소규모 고향방문단 실현을 제의하면서 일본이 1백만t의 식량을 지원해주도록 자민 사민당 등에 요청했다. 그러나 그 규모가 20∼30명에 불과해 성사되지 않았다.
일측은 고향방문단이 최소 수백명은 돼야하며 희망자에 대해서는 전원 귀향이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북한은 최근 방북했던 일본재단 이사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3백∼5백명선을 시사했으며 19일 북경(北京)에서 과장급 실무접촉을 갖는데 이르렀다. 일본인 처는 지난 50년대 말부터 시작됐던 재일조선인들의 북한 귀국운동시 남편이나 자식을 따라 북으로 갔던 일본인 여자들로 1천8백31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현재 70세 전후의 고령자로 절반 정도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인 처들은 북한에 식량난이 가중된 이후 일본내 친척들에게 편지를 보내 비참한 생활을 소개하고 돈과 생필품을 보내주도록 호소하고 있다.
일본인 처 귀향문제는 지난 92년 11월 중단된 일―북한 국교정상화 협상에서도 주요 의제중의 하나였다. 일 정부는 이번 북한이 내놓은 귀향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그 시기와 방법, 규모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 나아가 일본인 처 귀향이 식량지원과 연계돼 실현된다 하더라도 국교정상화협상에 획기적인 전기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경〓윤상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