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은 차이가 나게 마련이지만 유엔만큼 괴리(乖離)가 심한 데도 없다. 1백85개 회원국과 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국제기구로서 유엔에 대한 기대는 높은데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분쟁, 국제 난민, 기아 빈곤, 환경 및 인권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막대한 돈만 축내고 있다는 것이 비판론자들의 지적이다
▼탈(脫)냉전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유엔개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최근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이 「혁명적 개혁안」을 총회에 제출하면서 그 대강을 연말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예상한대로 유엔의 비능률과 무기력의 원인인 비대한 관료주의 그리고 소수 선진국의 거부권 문제를 대대적으로 수술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아난 사무총장은 실천방안으로 우선 군살빼기를 제안했다. 방만한 행정직을 통폐합, 전문기구 직원을 뺀 전체 직원 1만여명중 약1천명을 감원한다는 것이다. 「작지만 효율적인 유엔」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이렇게 되면 예산부터 5년동안 적지않게 줄어든다. 물론 할 일이 많은 유엔이 조직축소를 능사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개혁안중 우리의 관심은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에 쏠린다.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인 상임이사국을 10개국으로 늘리되 늘어나는 5석중 2석은 일본 독일, 3석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국가들에 각각 할당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에서는 인구가 많고 비동맹의 지원을 받는 인도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신임 상임이사국들에 거부권을 줄 것인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라고 한다. 일본의 이웃국가로서 또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우리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변화가 유엔에서도 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