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銀,휴면계좌 2천2백개 공개…총금액 4천만달러규모

  • 입력 1997년 7월 23일 20시 10분


스위스은행들이 보관중인 휴면계좌 2천2백여개의 명단을 23일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영국의 더 타임스 등 세계 28개국 주요 신문들의 광고를 통해 일제히 공개됐다. 유럽과 미국의 주요신문들과 CNN MSNBC 방송 등 전세계 언론들은 관련기사를 일제히 톱 뉴스로 다루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명단은 무려 2∼3개면에 걸쳐 성(姓)과 이름, 국적 순으로 게재됐으나 금액은 나타나 있지 않다. 4분의 1가량은 위임권자나 대리권자를 명기하고 있으며 권리상속자들의 자금청구방법 등 안내문도 상세히 게재했다. 공개된 명단들은 나치독일로부터의 약탈을 피하기 위해 계좌를 개설한 뒤 「대학살」에 의해 희생당한 유태인들의 것이 대부분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에는 나치독일과 관계없는 이케다 하루오, 이토 가조, 마세 킨다로 등 일본국적을 가진 휴면계좌가 6개 포함되어 있으며 한국적이나 한국인의 성은 나타나 있지 않다. 휴면계좌의 총금액과 관련, 익명을 요구한 일부 은행가들은 은행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4천3백만스위스프랑(약 2천9백만달러)보다 많은 6천만스위스프랑(약 4천5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하고 있다. 스위스은행협회는 외국인들이 나치로부터의 약탈을 우려, 스위스거주자 명의로 대리계좌를 개설했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오는 10월 이번과 같은 기준으로 스위스국내거주자 명의의 휴면계좌 2만여개도 공개할 방침이다. 협회측은 계좌의 주인이나 유족들이 잔고인출을 청구할 경우 적절한 확인절차를 거쳐 이를 반환하겠다며 회계법인 언스트 앤드 영의 뉴욕 텔아비브 바셀 부다페스트 시드니소재 사무소와 접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스위스은행의 이같은 휴면계좌공개결정은 유태인들의 2년여에 걸친 압력끝에 이루어진 것으로 독재자들의 불법예치자금도 공개하고 반환해야 한다는 국제여론도 높아가고 있어 스위스측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심이다. 이번 공개에 대해 유태인들은 환영을 보이면서도 50년 이상이 지난 지금에야 공개가 이뤄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스위스 은행에는 예금과 이자까지 합쳐 무려 70억달러가 잠자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의 유태인협회중 하나인 「홀로코스트(대학살)교육재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스위스은행측이 좀 더 일찍 또 진지하게 휴면계좌의 소유자들을 찾았더라면 수천명이 오랜 세월동안 겪어야 했던 고통을 다소나마 덜어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이진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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