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誌 특집]세계가 손가락질하는 「엉클 샘」

  • 입력 1997년 7월 30일 20시 56분


미국은 과연 오만한 「엉클 샘」인가 아니면 유일의 초강대국이기 때문에 질투와 시기를 받고 있는 것인가. 미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8월4일자)에 「파워 트립」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최근 미국의 외교스타일에서 드러난 독선과 아집 및 안하무인격인 행태들을 조목 조목 짚으며 미행정부에 진지한 자성을 촉구했다. 타임에 따르면 미국의 오만함이 극치를 이룬 외교무대는 지난6월 21일 미국 덴버에서 열린 G8 정상회담. 이날 만찬을 개최한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외교에티켓을 무시한 채 동의를 구하지 않고 참석자들이 청바지와 카우보이 모자 그리고 부츠 차림을 하도록 했다. 정상들은 심한 모욕감을 느꼈고 헬무트 콜 독일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카우보이 옷차림을 거부했다. 독일과 프랑스 언론들은 덴버회담을 「부츠 난장판」이라고 조롱했었다. 당시 미국의 콧대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클린턴은 잘나가는 미국경제와 못나가는 유럽 및 일본경제의 비교성적표를 그래프로 작성, 정상들의 눈앞에 들이대면서 『우리 경제는 세계 최강』이라고 자랑했다. 지난달 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은 회원국 16개국중 프랑스 등 9개국의 의사를 무시한 채 추가회원국으로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3개국만을 고집, 이를 관철시켰다. 다른 회원국들의 자존심은 형편없이 뭉개졌다. 프랑스의 르 몽드지는 이를 『제국주의적 미국』으로, 또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미국이 헤게모니를 추구한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지난6월 27일 개최된 뉴욕 유엔환경특별회의에서 미국은 오만함의 정도를 넘어 세계를 조롱했다. 당시 앨 고어 미부통령은 개막식연설에서 「이산화탄소의 감량」을 세계에 호소했다. 그러나 정작 클린턴 대통령은 폐막식 연설에서 다른 선진국들이 이미 동의한 「2010년까지 방출량 15% 감소」제안을 국내사정을 이유로 들어 단호히 거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의 헤게모니 경향이 노골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96년부터. 미국은 이때 쿠바가 몰수한 미국기업자산에 투자한 서방기업들을 미국 법원으로 불러들여 처벌하는 헬름스 버튼법을 제정했다. 이는 서방국가들의 주권을 완전 무시한 처사로 많은 공분을 샀다. 이밖에 캐나다와는 지난달 15일 태평양 붉은 연어 남획건으로, 또 멕시코와 콜롬비아와는 지난6월 마약단속건으로 또 미얀마와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가입 반대건으로 각각 굴욕을 줬다. 타임은 결론에서 최근의 『미국이 좀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빌 리처드슨 미유엔대사 등의 행정부내 자성론을 소개하면서 『힘보다는 구슬을 부드럽게 꿰는 미덕이 미국에 더욱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윤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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