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덮친 엘니뇨]美-이상저온 中-폭염 잇단 피해

  • 입력 1997년 8월 3일 20시 08분


바다와 하늘이 빚어낸 재앙 「엘 니뇨」가 예상보다 빠르게 몰려오고 있다. 기상연구기관들은 엘니뇨가 당초 예상보다 4개월 가량 앞당겨진 8월부터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한다. 엘니뇨의 징조는 이미 지구촌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국립기상장기전망센터(NWSCPC)는 3일 『엘니뇨가 8월부터 미국의 서부와 중부에 강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미시시피강과 북부 로키산맥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이상저온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도 『인공위성과 해양관측으로 적도지역의 해수면온도를 측정한 결과 57년과 72년의 엘니뇨 때보다 더 큰 폭의 온도상승이 포착되었다』면서 『이같은 고온화 현상은 최대의 피해를 안겨준 82∼83년의 엘니뇨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인터넷을 통해 경고했다. 미국 해군측후해양관측센터(FNMOC)는 이와 관련, 한국 서해의 해수면온도가 예년보다 섭씨 2∼3도, 동해북부의 해수면온도가 1∼2도 가량 높아지는 등 세계 곳곳에서 해수면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했다. 엘니뇨가 앞당겨 발생하면서 이로 인한 피해는 더욱 광범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학자들은 지난 82∼83년 엘니뇨에 비견되는 기상재난을 우려하고 있다. 82년 엘니뇨는 세계적으로 1백30억달러(약 11조7천억원)의 재산피해와 1천3백∼2천여명의 인명피해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가뭄 홍수 등 엘니뇨의 영향은 이미 지구촌 곳곳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예년 평균 강우량이 2백㎜인 7월 한달동안 거의 비가 오지 않는 혹심한 가뭄을 맞고 있다. 관영 중앙통신은 대규모 저수지의 저수량이 이미 10∼20% 감소했으며 소규모 저수지 6백20개가 말라버렸다고 보도했다. 함흥은 60년만의 최고기온인 섭씨 37도를 기록했다는 것. 중국 북부 서안(西安)은 지난달말 50년만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2백명 이상이 숨졌고 아르헨티나는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할 겨울철인데도 기온이 36도까지 치솟는 고온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과 폴란드의 국경을 이루는 오데르강이 범람하면서 2백년만에 최악의 홍수사태가 벌어졌으며 미국 북서부와 남부지역 역시 폭우가 쏟아져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스위스 기상연구소(SMHI)는 해수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 지난달부터 발트해 거의 전역에 청록색의 독성조류가 무섭게 번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립환경예보센터(NCEP)는 이와 관련, 엘니뇨가 8월부터 내년 3,4월까지 6개월 이상 장기적 피해를 지구촌에 줄 것으로 전망했다. 〈최수묵기자〉 ▼ 엘니뇨 어떤 현상인가 ▼ 엘니뇨(El nino)는 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면서 주변지역에 가뭄 홍수 폭풍 이상기온을 몰고오는 기상현상. 이때 해수면온도는 평균 섭씨 2∼3도, 최고 8∼10도 급상승한다. 적도의 해수면과 불안정한 대기가 상호작용해 발생한다는 게 정설. 해저 화산폭발이나 태양의 흑점설도 있으나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 또는 「사내 아이」라는 뜻. 남미 서쪽 적도의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급상승하는 시기가 주로 크리스마스 전후에 나타나 붙여진 이름이다. 통상 9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계속되는 엘니뇨는 적도부근의 해류방향은 물론 지구 전체의 기후를 변화시킨다. 나타나는 주기는 대략 3,4년. 호주 인도네시아 등 태평양 서쪽에는 가뭄이, 미국 서부지역엔 폭우현상이 나타나지만 일정한 패턴이 없어 세계적 연구기관들마저 장기 전망을 내놓지 못한다. 동북아시아 지역은 대개 「여름 저온, 겨울 온난」현상이 나타나지만 이것도 일정하지 않다. 지난 30년동안 가장 극심했던 엘니뇨는 82년과 83년 사이 나타났다. 90년대 들어서는 91년과 94년 등 두차례 발생했다. 엘니뇨는 농작물의 작황 뿐 아니라 해양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쳐 근해어업에 큰 타격을 입힌다. 또 장기간의 장마나 습한 날씨를 만들어 모기나 뱀이 극성을 부리거나 건조한 날씨로 산불이 발생하는 사례가 급증하기도 한다. 한편 엘니뇨와 반대로 적도부근의 해수면온도가 정상보다 낮아지는 라니냐(La Nina)현상은 최근 10년사이 88년과 95년에 발생했으며 통상 대서양에 허리케인을 일으키고 있다. 〈최수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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