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은둔국 이란이 새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게 될까. 모하마드 하타미 신임 이란대통령은 4일 4년 임기의 7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임대통령이 추진해온 정책들을 계승하고 시민의 권리와 정치적 독립의 신장, 정의구현 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승인을 받는 자리에서는 『서방세계에 대한 강경정책은 완화하지 않겠다』고 약속, 외교정책 또한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올해 54세인 하타미가 이슬람 성직자이기는 하지만 온건좌파 지식인이자 실용적 노선을 추구하는 인텔리 관료라는 점 때문에 국내외적으로 상당부분 변화가 있으리라는 분석이 많다. 그는 지난 5월 선거에서 변화와 개방을 갈망하는 지식인과 젊은층, 여성 유권자의 절대적인 지지에 힘입어 69%를 득표했다. 그는 82년부터 11년간 문화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개방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타미가 이끄는 새 정부가 당면한 과제는 △이슬람 율법에 억눌려온 국민의 자유와 권리 신장 △경제난 해소 △대외관계 개선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취임연설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듯 그는 전임 라프산자니 정부의 정책을 상당부분 상속할 것으로 보인다. 하타미는 헌법과 법률에 입각,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면서도 이슬람의 원칙안에서 추진하겠다는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를 지지한 세력들에 대한 보답으로 언론 출판 문학의 자유와 여성의 권리 등의 분야에서는 상당한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관계에서 하타미는 보다 유연한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란은 최근 이라크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과 협력을 도모하는 등 아랍권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하타미의 당선을 계기로 이란을 경유한 중동지역의 천연가스 건설계획 반대입장을 철회하는 등 화해의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유럽연합(EU)도 미코노스사건을 계기로 소환했던 대사들을 복귀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주변여건이 호전되고 있다.
그러나 하타미가 상당한 변화를 추구하려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정점으로 하는 보수파 성직자들과 의회 보수 강경파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하타미의 국정운영 성패는 보수세력과의 밀착여부에 달려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고진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