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헌법재판소가 기업파산시 근로자들에게 퇴직금을 우선변제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려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파산기업의 근로자가 받아오던 최소한의 법적 보호막마저 사라지게 됐다.
유사한 상황에 처한 외국의 근로자들은 어떤 보장을 받게 될까.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는 퇴직금 제도가 없다. 한국과 유사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에 법정 퇴직금대신 노사협정에 따라 92%의 기업이 퇴직연금을 포함하는 퇴직금을 관행적으로 지급할 뿐이다.
일본에서는 기업이 도산하면 소유권과 저당권 등 물권(物權)이 임금 등 채권(債券)에 우선한다는 원칙에 따라 물권 채무를 우선변제한 뒤 남는 돈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한다. 다만 최소한의 생활 보장을 위해 대법원 판례로 6개월간의 임금은 일반 채무보다 먼저 변제토록 돼 있다.
독일은 근로자들에게 한국의 퇴직금에 비유되는 연금 가입을 의무화해 실업에 대비하고 있다. 이 연금제도에 따라 근로자와 기업은 임금총액의 10.15%씩 20.3%를 매월 납부해야 한다. 매달 임금의 8.3%를 적립하는 한국과 비교하면 독일은 상당히 많은 돈을 연금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게다가 독일은 「사회주의적 경제체제」를 표방해 실업자가 되더라도 교육비나 의료비 등의 부담이 없다. 실업자는 또 새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실업수당을 받는다. 부양가족이 있으면 근로 당시 월임금의 67%를, 없으면 60%를 지급받는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일정액의 생활비까지 지급한다.
사회체제가 자율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퇴직금 지급여부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자율적으로 정해진다. 대개 고용당시부터 1년근무시 몇주의 임금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준다는 식으로 계약을 체결하지만 기업이 도산해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될 경우 법적으로 구제를 받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기업도산으로 실직할 경우 근로자가 그동안 낸 세금과 기업주가 낸 보험료로 운용되는 실업보험을 받게돼 당장 생계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독일과 유사하다.
〈뉴욕·동경·본〓이규민·권순활·김상철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