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아사히신문 초점]日-中 상호이해가 먼저

  • 입력 1997년 9월 7일 20시 17분


지난 72년 9월29일 일본과 중국은 국교를 정상화했다. 근대국가로 발걸음을 내디딘 이래 처음으로 양국이 서로 주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정상적인 관계에 도달했다. 무역규모와 투자액 차관액 등 경제지표를 보면 지난 25년간 양국관계가 깊어진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양국의 우호와 신뢰가 마찬가지로 깊어졌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는 않다. 교과서 문제와 나카소네 전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공식참배, 일본의 침략 책임을 애매하게 하는 각료들의 발언이 관계를 흔들어 왔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역대 정권은 미봉책으로 관계수복을 꾀해 왔다. 지난 4반세기는 일중(日中)관계를 원조나 투자라는 경제적 세계에만 매몰시킨 것은 아닐까. 이에 따라 양국관계는 보다 미묘하고 어려운 단계를 맞고 있다. 일본 내에서의 「중국 위협론」과 중국 내에서의 「일본 위협론」의 대두는 이를 상징한다. 실태에 바탕을 두지 않은 위협론이 독주하는 것만큼 양국에 위험한 것은 없다. 적어도 일본인의 다수는 다시 군사대국으로 치닫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해서도 실상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의 국방비 팽창과 군(軍)현대화 움직임을 주시해야 하지만 세계 유수의 전력을 갖추려면 수십년이 필요하다. 중국이 앞으로도 대외관계의 안정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협만 말하는 것은 건설적이지 않다. 하시모토총리는 체제차이를 뛰어 넘는 상호이해와 역사인식을 포함한 대화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말만으로는 국제정치 무대에서 통하지 않는다. 지난해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이 대중(對中)관계를 얼마나 악화시켰는지 알아야 한다. 무거운 역사를 짊어진 일중관계는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할 때 상호이해가 어렵다. 뭔가 일어나면 신뢰는 무너지고 만다. 양국 지도자들이 쌍방의 잘못된 민족주의와 맞서 싸워 21세기 동아시아의 미래를 내다보아야 한다. 〈정리·동경〓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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