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앞둔 比,「피플 파워」『꿈틀』…장외집회 정국 긴장

  • 입력 1997년 9월 20일 20시 26분


필리핀의 피델 라모스 대통령은 과연 연임을 위한 개헌을 추진할까. 내년 5월11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필리핀 정국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라모스대통령 추종세력들이 대통령 임기를 6년 단임으로 못박은 헌법의 개정운동을 벌이자 종교계와 야당 및 재야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 마르코스 장기 독재정권을 경험했던 국민들은 21일 「피플 파워」의 주역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과 하이메 신 추기경의 주도하에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개헌 반대 투쟁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집회가 열리는 21일은 꼭 25년 전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키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던 날. 마닐라 루네타공원에서 열리는 이날 집회는 마르코스 정권을 무너뜨린 86년에 버금가는 규모다. 최소 42개 지방도시에서도 동조 집회가 열린다. 필리핀 당국은 루네타공원 집회에 군과 경찰 4천여명을 투입할 예정이다. 라모스대통령 추종세력들은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헌법 개정을 통해 라모스대통령의 연임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들은 「유권자의 12% 이상이 개헌 청원을 내면 국민투표로 개헌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헌법조항을 들어 서명운동을 벌여오다 지난 7월 대법원이 이같은 개헌요구를 위헌이라고 기각하자, 이번에는 의회에서 헌법개정을 추진하는 등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라모스 추종세력들은 연임 필요성의 이유로 침체됐던 필리핀 경제를 회생시킨 공로를 꼽는다. 집권초기 불과 1.5%에 불과했던 국민총생산 성장률을 지난해 6.8%까지 끌어올리는 등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는 것. 그러나 야당 및 재야단체들은 『연임개헌은 과거 독재시대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작 당사자인 라모스대통령은 『연임을 결코 원치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국민이 정 원한다면…』이라는 단서로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강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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