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동남아 민심까지 동요…泰선 정권퇴진운동

  • 입력 1997년 10월 21일 19시 57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각국의 증시와 외환시장이 끝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일부 국가들에서는 경제불안에 따른 반정부시위로 번지고 있다. 20일 홍콩의 주가가 4.63%나 떨어진 것을 비롯해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의 주가도 일제히 3% 이상씩 주저앉았다. 하락을 거듭하기는 화폐가치도 마찬가지. 이날 태국의 바트화는 최저치인 달러당 37.75바트를 기록했으며 대만의 화폐가치도 최근 10년중 가장 낮은 달러당 30.45대만달러까지 떨어졌다. 넉달째 계속되고 있는 아시아 금융시장의 이같은 추락은 주로 각국 금융정책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비관론의 확산 때문이다. 문제가 심각한 태국의 경우 금융정책 실패가 경제를 망친 대표적인 경우. 7월의 외환위기 시작 후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금 인상 △정부 재정지출 감축 △국제수지적자 감축방안 마련 △금융기관 정리 등을 권고했으나 연립정권인 현정부는 고통이 따르는 이같은 정책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것. 더욱이 금융기관들은 정치권과 줄을 대고 있어 부실금융기관의 처분이 불가능한 점 등 뿌리깊은 정경유착과 정부의 무능이 금융시장 붕괴를 가속화했다. 이에 따라 20일 방콕에서 지식인과 기업인 사무직근로자가 대거 참여한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일고 21일에는 군부지도자까지 총리퇴진을 요구하고 나서 현 내각의 퇴진이 점쳐지는 등 경제불안은 정권퇴진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마하티르정권이 외환거래의 잠정중단 등 금융정책을 자주 바꾸는데다 정부의 금융위기 대처능력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경제안정기조가 무너졌다. 필리핀은 외환자유화로 대거 유입된 자본이 부동산투기쪽에 집중됐으나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긴축정책을 쓰지 않아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시기를 놓쳤다는 평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하고 있다. 경제우등생인 대만 역시 본토에 대한 투자와 통일정책 등을 두고 정부와 경제계가 심각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감도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홍콩은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 관광업 등 산업 전반이 경쟁력을 급격히 잃어가고 있는 경우. 구조적인 문제와 복잡한 정치 경제적 요인들 때문에 홍콩경기가 가까운 시일 내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홍콩〓정동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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