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기전 구혼을 했다가 이루지 못한 사랑이 양측 집안의 14대 자손에 의해 성사됐다면 우연치고도 대단한 우연이다. 지난주말 결혼한 한쌍의 신혼 부부 이야기는 그래서 지금 미국사회에서 화제다.
사연은 메이플라워호가 청교도들을 태우고 미국 매사추세츠 플리머스항에 도착한 1620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민자 가운데 플리머스 식민지의 육군대위인 마일즈 스탠디시는 부하장교 존 알덴을 시켜 같은 배를 타고 이민 온 프리실라 물렌이라는 아가씨에게 구혼을 했다. 그러나 물렌은 이 말을 전하러 온 알덴과 결혼한다. 실연을 당한 스탠디시는 그 후 용맹스런 군인이 되어 플리머스지역의 영웅으로 남게 된다.
이 이야기는 그후1858년 시인 헨리 롱펠로에 의해 「마일즈 스탠디시의 구혼」이란 이름의 시로 만들어져 후세에 전해 내려오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그런데 우연히도 스탠디시의 14대 손녀 캐롤라인 필리스버리와 청혼을 거절했던 물렌가의 14대손 앤드루 올리버가 95년 봄 뉴욕의 한 파티장에서 만나 사랑을 싹틔우기 시작했다. 2년반만에 이들은 지난주말 워싱턴주의 한 성당에서 결혼식을 갖고 카리브해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4세기전과 달리 이번에는 중간의 심부름꾼 없이 직접 청혼이 이뤄졌다.
뒤늦게 이들의 결혼을 알게 된 뉴욕타임스는 20일 이 기막힌 우연을 1면기사로 다뤄 세상에 알렸다. 이들 부부는 선대로부터 스탠디시의 구혼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자신들이 그 집안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처음 만나기 전에는 상대가 그 집안 출신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신혼지에서 가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전설은 결혼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결혼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것은 사랑이었다』고 말했다.
〈뉴욕〓이규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