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웨이징성(魏京生·47)이 16일 풀려나 미국에 도착함으로써 중미(中美)관계의 앞날에 파란불이 켜졌다. 최근 양국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인권공방의 핵심인물이 웨이였던 만큼 그의 석방에 담긴 의미는 매우 크다.
중국은 석방조치를 통해 모처럼 본궤도에 오른 미국과의 화해분위기를 굳히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봄으로 예정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앞두고 석방을 단행한 것은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노린 사전작업으로 풀이된다. 웨이의 미국행에미관리가 동행했다는 점도 이번 석방에 미국의 요구가 반영됐음을 읽게 한다.
이번 조치는 또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굳힌 장쩌민(江澤民)주석의 자신감이 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웨이는 장칭(江靑) 등 4인방 몰락 후 시국에 대한 자유로운 견해를 담은 벽보를 붙이는 등 이른바 「베이징의 봄」을 주도한 혐의로 79년3월 체포돼 1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중 93년9월 가석방됐다.
그러나 가석방 기간중에도 민주화 활동을 그치지 않아 이듬해 4월 다시 체포돼 국가전복 공모죄로 14년형을 선고받고 그동안 난부(南堡)강제수용소 독방에 수감돼왔다.
대부분의 중국 반체제인사가 89년 톈안문(天安門)사태를 주도한 대학생 학생운동권 출신인 것과 달리 중졸 학력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출신이며 원래 골수 마오쩌둥(毛澤東)주의자로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으로 활약하기도 했으나 그후 독학으로 민주화이론을 수립한 이색적인 경력을 갖고 있다.
「중국의 사하로프」로 불리는 그는 96년 유럽연합(EU)이 주는 사하로프 인권상과 로버트 F 케네디인권상을 수상했으며 수차례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
그러나 웨이의 석방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인권정책에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아직 어렵다. 인권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시비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학생운동출신의 또 다른 반체제인사인 왕단(王丹·28)의 석방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