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중(許永中·50)을 찾아라」.
일본 검찰이 「지하경제의 수완꾼」으로 불리는 재일교포 사업가 허씨의 행방을 찾는데 혈안이다.
90년대 일본 최대 경제사건의 하나로 손꼽히는 「이토만」사건에 연루돼 재판계류중인 그가 최근 도쿄에 있는 이시바시(石橋)산업으로부터 2백억엔(약 1천6백억원)짜리 어음을 속임수로 받아낸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허씨는 91년 오사카(大阪) 소재 「이토만」상사의 명화 거래와 골프장건설 관련 융자에 끼여들어 수백억엔을 가로챈 혐의를 받아 특별배임죄 등으로 체포돼 기소됐다가 93년말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그는 9월말 법원의 허가를 얻어 한국을 방문, 병원에 입원했다가 종적을 감췄다. 10월초 일본에 재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종적이드러나지 않은 채 「야쿠자들에 살해당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살해설은 그가 폭력단인 야마구치구미(山口組)와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데다 폭력조직 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있어 단순한 소문만은 아니다. 오사카 일대에서는 지난 여름 야마구치구미의 2인자격인 다쿠미 마사루(宅見勝)가 권총으로 살해되는 등 한때 「전쟁」을 방불케 하는 영역 싸움이 벌어졌었다.
허씨는 출생지인 오사카를 무대로 부동산 건설회사 등 한때 수십개 기업을 거느렸으며 일본의 전 건설장관 등 정계 거물들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0년대에는 한국의 신군부세력 등 권력층을 일본에 초청해 세를 과시하기도 했었다. 1m80, 1백㎏의 거구인 그는 평소 『돈도 권력이다. 정 재계에 영향력을 갖는 것도 권력이다. 폭력도 권력이다』라는 나름대로의 권력론을 주장했다.
〈도쿄〓윤상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