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금융위기가 대(對)북한 경수로 제공사업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금융지원을 요청한 한국이나, 주요 은행들의 도산과 주가 폭락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일본이나 총공사비 51억7천8백50만달러를 부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한국 일본 미국간에 최대의 외교현안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선섭(張瑄燮)경수로 기획단장은 25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집행이사회에서도 금융위기로 인한 비용 부담의 어려움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장단장은 한국이 처한 위기상황을 설명하면서 일본과 미국이 더 많은 부담을 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으나 일본측은 『어디 한국만 위기냐, 우리도 위기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거꾸로 한국을 걱정하면서 『과연 공사비를 부담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르면 경수로 공사비 부담은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일본이 「의미있는 역할」을 하기로 돼 있다.
미국은 경수로 공사비는 지불하지 않고 그 대신 북한에 제공되는 중유 비용과 북한측의 폐연료봉 수거 비용만을 지불한다. 물론 「중심적 역할」 또는 「의미있는 역할」의 구체적 내용은 불분명하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전체 공사비의 70%를, 일본이 20%를, 그리고 미국이 상징적 차원에서 10% 정도를 부담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구체적인 분담은 앞으로 3국간의 협상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로 상황이 꼬여가고 있다. 한국도 발등의 불을 꺼야하는 어려운 입장이다. 일본은 이제 20%는 커녕 10%도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공사비 부담 불가」라는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경수로가 들어설 북한 금호지구에서는 요즘 기초공사가 한창이다. 기초공사 비용은 급한대로 한국정부가 주계약자인 한국전력에 융자해준 4천5백만달러에서 충당하고 있다. 이 돈은 내년 8월이면 바닥난다.
건설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려면 기초공사가 끝나는 내년 8월까지는 국가별 분담액이 확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본격적인 공사는 중단될 위기에 빠진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