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귀하. 금년 한해도 자연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97년분 이용 요금을 다음과 같이 청구하오니 지불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연이 어느날 갑자기 이런 「청구서」를 보낸다면 그 액수는 얼마나 될까.
자연은 사람이 버린 쓰레기를 청소(자연분해)해줄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고 가축의 먹이인 초지를 공급하는 등 지대한 혜택을 주고 있다.
미국 코넬대 생물학연구팀은 18일 자연이 금년 한 해 동안 사람에게 제공한 각종 혜택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9천2백8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70조원을 넘어선 우리나라의 한해 예산을 60년간 몽땅 지불해야 하는 천문학적 수치다.
코넬대 데이비드 피멘텔교수는 과학저널인 바이오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인간이 자연보호를 위해 상당한 돈을 쓰고 있지만 자연이 인간에게 베푸는 혜택에 비하면 그 수준은 극히 미미하다』며 자연의 「무한한 혜택」을 강조했다.
자연이 베풀고 있는 최고의 「서비스」는 쓰레기 처리. 자연이 분해하는 유기물 쓰레기를 인공적으로 분해했다면 금액으론 7천6백억달러의 경비가 들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황무지에 풀을 돋게 만드는 등 생태군집의 자연이동으로 연간 무려 5천억달러에 해당하는 혜택을 받는다. 자연은 또 토양에 끊임없이 영양을 공급해주고 먹이사슬을 통해 해충을 구제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먹이사슬이 없었다면 인간은 해충제거를 위해 1천6백억달러를 써야 했을 것으로 코넬대 연구팀은 추산했다.
푸른 초지를 제공, 가축에 먹이를 공급하는 것도 주요 「청구내용」이다.
토양을 기름지게 해주는 혜택은 금액으로 환산하면 2백50억달러에 이른다. 그만큼 비료값과 트랙터의 연료비가 절감되고 있다는 것.
자연은 또 다년생 식물을 통해 토양의 침식과 풍화를 막아주고 생약재를 제공하기도 한다. 사냥과 낚시 등 레저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연구팀은 지구 생태계의 다양성 보존을 위한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자연의 혜택을 금액으로 환산했다. 피멘텔교수는 『자연이 제공하는 서비스 금액이 적어질수록 인간도 가난해지게 된다』며 생태계의 다양성 보존을 강조했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