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독일 등 세계 각국의 주요 언론들은 18일 한국의 대통령선거 분위기를 주요기사로 다루면서 투표상황과 결과전망 및 당선자의 장래과제 등을 나름대로 분석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국언론들은 이회창(李會昌) 김대중(金大中)후보의 대결로 압축돼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하고 있어 당선자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미국〓뉴욕 타임스지는 『이번 선거는 32년 미국이 대공황을 맞았을 당시의 대통령 선거와 유사한 점이 많았다』면서 이에따라 『후보들이 저마다 자신이 경제회복을 위한 최상의 인물이라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타임스는 『그러나 이번 대선은 한국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선거로 평가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번 선거전에서는 실용주의와 기회주의가 판을 쳤다고 분석하면서 김대중후보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군사정권에서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사람(김종필·金鍾泌)과 제휴하고 대통령과 내각제의 총리를 나눠 갖기로 합의한 것이 그 증거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한국은 해외로부터의 차입금을 갚기 위한 달러가 거의 바닥나기 직전의 상황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 당선자가 「말 한마디만 실수해도」 투자자들은 또다시 썰물처럼 한국에서 빠져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스트지는 이번주 들어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과 동남아의 경제상황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경고하고 『특히 한국의 대통령 당선자는 하루아침에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식으로 만용을 부려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전문인 CNN을 비롯한 TV방송들도 수시로 한국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아시아〓일본의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대통령 당선자는 경제재건의 무거운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일본은 이번 선거 결과가 앞으로 한일(韓日)양국 관계는 물론 한반도 주변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인 중 상당수가 어려움에 처한 경제를 어느 후보가 재건시킬 수 있을지를 주요 선택기준으로 삼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본 신문들은 아침신문에 이어 석간에도 투표진행상황을 비중있게 소개했으며 NHK 등 TV방송사들도 매시간 한국대선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홍콩의 언론들도 국제면에 대선상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유럽〓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지는 『한국의 대통령 당선자는 길고 침울한 겨울에 힘들고 고통스런 일을 시작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새대통령이 정치적 공백을 메우면서 국민에게 인기없고 고통이 따르는 경제개혁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으나 경제개혁을 성사시킬 처방을 손에 들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또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 약효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시점에서 당선자는 △고통받는 경제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국민 △금융위기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한 국민 △불안한 북한 △경제회복에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우방 등의 실체를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선후보들은 선거기간중 애매하고 막연한 공약을 내놓고 상대 후보를 헐뜯어 명예를 실추시키는 구태를 재연했으며 절박한 금융위기 상황을 처음에는 무시하다 뒤늦게 평가하는 경제전문가 자질이 없는 행태를 보였다고 이 신문은 총평했다.
〈뉴욕·워싱턴·도쿄·홍콩·본〓이규민·이재호·윤상삼·정동우·김상철특파원〉